“시민의 힘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에 분명하게 보여준 것 아닙니까.”새천년 첫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3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총선시민연대사무실은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아쉬움과 나름대로 시대변혁의 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교차했다.
정치개혁에 대한 순수한 열망 하나로 무장한 채 척박한 가시밭길을 달려온 총선연대 ‘시민전사’들. 치열한 투쟁을 거듭하며 때로는 환희를, 때로는 좌절을 경험하며 단련돼온 이들이지만 이날은 모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개표방송을 지켜보았다.
총선연대는 사무실에 낙선대상자 86명의 이름이 적힌 상황판과 대형TV 4대, 인터넷 생중계장비를 동원해 상황실을 꾸렸다. 이와 함께 3개월간 활동내역을 알리는 표와 사진들을 게시, 짧지만 의미있었던 시간들을 되돌아 보았다.
오후 6시. 투표가 끝나고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총선연대 사무실을 가득 메운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일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에 따라 86곳의 낙선대상지역 중 무려 60여곳에서 낙선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
그러나 이후 개표가 진행되면서 경합지역을 중심으로 시시각각 낙선대상자들의 우열이 뒤바뀌자 한동안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이날 밤 늦게 수도권지역 집중낙선대상자 7명 대부분이 낙선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낭보’가 날아들면서 사무실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낙선이 확정될 때마다 해당인사의 상황판 이름 옆에는 꼬박꼬박 ‘레드카드’가 붙여졌다.
자원봉사자 이미경(李美京·23)씨는 “막상 낙선 대상자들이 탈락하는 모습을 보니 개인적으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본인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계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타균(金他均)공보국장은 “국민들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자기 의견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총선시민연대 활동의 가장 큰 성과”라며 “이번 활동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 다음 총선 때는 보다 튼실한 시민선거운동을 펼쳐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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