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유권자들의 뜻을 받들고 선생님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새천년의 새로운 정치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경북 칠곡군에서 서울대 법대 스승이자 대권주자를 자처했던 이수성(李壽成·민국)후보를 따돌린 이인기(李仁基·47)당선자의 소감은 남달랐다.
이당선자는 1953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의 땅 한평 없는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생선 행상을 하던 어머니의 결혼 예물을 전당포에 맡겨 차비를 마련해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고 자취할 돈이 없어 왜관서 대구까지 50리 길을 통학하며 고교를 졸업했다.
스승이자 이번 선거에서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이수성후보와의 인연도 3수끝에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면서 맺어졌다. 그리고 5수 끝에 82년 사법시험 합격했다.
어렵게 살아온 이당선자는 힘없는 서민들과 좀더 가까이에서 지내자는 생각에 판·검사를 마다하고 85년 경찰에 투신했다.
포부를 펼치던 그의 경찰생활도 순탄치가 않았다. 89년 서울일대에 연쇄미장원강도가 기승을 부릴 때 일선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있다가 관내에서 강도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대기발령을 받았다. 새로운 삶을 개척키로 하고 경찰에 사표를 낸뒤 90년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이 때부터 칠곡지역에서 장학사업과 무료변론, 무료법률상담등을 하며 기반을 다졌다. 15대 총선때 무소속으로 출마, 낙방의 고배도 마셨다.
이당선자는 “집권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칠곡에서 저를 선택한 칠곡군민들에게 감사한다”며 “선거기간중 다소 서먹한 점도 있었지만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선전한 이수성선생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다시 강조했다.
칠곡=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