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부녀의용소방대“여자라고 얕보지 마세요.”
시 전역이 화마에 휩싸인 강원 동해시에 ‘아줌마’ 의용소방대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40∼60대 여성들로 구성된 부녀 소방대원들은 13일 오전8시께 전날에 이어 이자옥(李子玉·52·주부) 대장의 소집명령에 따라 50명 전원이 동해소방서에 재집결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첫번째 임무는 산불을 진화하고 복구하는 요원들에게 음료수와 빵, 주먹밥 등을 전달하는 역할. 아줌마 소방대원들은 이날 하루 동안 빵, 우유 각각 1,000여개와 주먹밥 130여개를 들고 불길이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비천골, 달방댐, 승지동 등을 돌며 진압대원들을 찾아 지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은 화마에 집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주민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승지동 주민 김모(48)씨는 “부녀 소방대원들이 건네는 따스한 주먹밥 한덩이가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다”며 “가정을 잠시 포기하고 지원에 나선 이들을 보면 새로운 용기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아줌마 소방대원들은 화재현장 뒷정리, 차량 통제 등 궂은 일은 도맡아서 처리했다.
소방대원들도 “아줌마들도 저렇게 열심히 뛰는데 우리라고 뒤질 수 없죠”라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3년째 의용소방대 활동을 해온 이자옥 대장은 “직접 불을 끄지는 않지만 진화에 지친 주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라며 “12일에도 오전8시에 나와 13일 새벽까지 일했지만 힘들다는 내색없이 모두 열성적”이라고 말했다.
부녀 의용소방대가 창설된 것은 1981년. 이후 소화기 사용방법 교육, 유원지 화재예방 홍보활동, 2인1조 화재감시, 불우청소년 및 노인 돌보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동해시 ‘도우미’로 활동해 왔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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