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서 ‘뭘 산다’라는 개념은 “엄마가 슈퍼갔다 올께”하고 나갔다오면 뭔가 간식거리를 들고 오는 걸 보고 좋아할 때부터인 것 같다. 아이를 데리고 처음 슈퍼에 갈 때 쇼핑의 원칙을 세워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피곤하게 된다.한번은 슈퍼에 같이 갔는데 “네가 골라봐라”했더니 신이 나서 여러개를 집어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를 흔들고 검지손가락을 펴서 보여주며 “하나만 사는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왜?”라고 묻고 싶은 눈치지만 나의 단호한 표정에 감히 도전을 못하고 자기가 고른 물건 중에 어떤 것으로 정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웃음이 막 나왔지만 꾹 참으며 “주형아. 네가 사고싶은 대로 다 사면 다음에 올 때는 다른 것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단다. 한 번에 하나씩만 사야지, 다음에 또 살 수 있단다”라고 말했다.
일단 하나라도 건졌기 때문에 아이들은 만족하고 “엄마, 다음에 또 하나만 사자”라며 약속을 받아두고 싶어했다. “그으럼, 오늘 하나 샀으니까 내일 또 살 수 있지.” 100원짜리 새콜달콤 사탕을 하나 사들고 행복해하는 아이 뒷모습을 보면서 “짠순이 엄마를 만나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구나. 그렇지만 너를 위한 거란다”하고 말해주었다.
어떤 날은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가자고 졸라대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엄마에게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단다”하고 말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주형이가 “은행에 가면 되잖아”고 한다. 기가 막혔다. 아마도 엄마는 늘 돈을 가지고 있고 자기가 원하면 은행에 있는 돈을 찾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설명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주형아, 저기 아저씨들이 열심히 집을 짓고 계시지?”“응, 일하고 계셔.”“왜 일을 하고 계실까?”“몰라.”“저 아저씨는 집짓는 일을 하셔서 돈을 버는 거야. 그 돈을 아저씨 집에 가져가면 쌀도 사고, 우유도 사고 빵도 사고 책도 사고 그러는 거야.”
이해하거나 말거나 꼭 해줘야 할 설명인 것 같았다. 애를 붙잡고 ‘무슨 돈얘기냐’ 싶기도 했지만 안 그러면 엄마 지갑이 늘 돈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고 생각할 것만 같았다.
/김숙경·유아정보지‘보금자리’발행인(02-425-0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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