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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불 대응 이래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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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불 대응 이래선 안된다

입력
200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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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화약고와 울진 원자략발전소를 위협하던 산불이 잡힌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극성스레 휘몰아치던 강풍이 잦아들고, 군 장병들과 주민 공무원이 밤새도록 힘을 합쳐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화약고를 지키기 위해 군 당국은 소이탄을 터뜨려 맞불을 놓고 굴삭기로 나무와 잡초를 제거해 방화선을 쳤으며, 인근 산야에 헬기로 물 폭탄을 투하했다. 울진에서는 군·관·민 3,000여명이 밤새 맞싸워 원전 북쪽 4㎞선에서 불길 잡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밤 사이 내륙쪽으로 번져간 불이 두타산 자락으로 옮겨붙어 백두대간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불도 8일째 꺼지지 않아 언제 남쪽으로 화염을 뻗칠지 모를 상황이라고 한다. 백두대간 등뼈가 화염에 휩싸이면 금수강산은 하루 아침에 치명상을 입는 것이나 다름 없다. 화약고와 원전을 지켜낸 것과 같은 결의로 기필코 연소(延燒)를 막아주기 바란다.

전시와 다름없는 산불대란은 우리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들의 재난예방과 수습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구석구석 들춰 보여주었다. 기록적인 가뭄으로 건조주의보가 2개월 가까이 지속돼 산불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당국은 특별한 경계를 외면했다.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중앙관서와 일선의 산림행정 조직과 인원이 줄어들어 평소보다 각별한 경계가 필요했으나 국립공원 지역 등산로 폐쇄 같은 형식적이고 통상적인 조치를 하는데 그쳤다.

그러다 고성과 강릉에서 큰불이 난 7일에도 실화자 구속수사란 엄포로만 일관했고, 다음날 열린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에서도 의례적인 조치와 성명발표가 고작이었다. 맹렬히 번져가는 불길을 잡을 특별조치를 취하거나, 더 이상 불이 나지 않도록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는 조치가 없었다.

정치인들은 산불을 선거에 이용할 궁리나 했고, 고위 공직자들도 온통 선거에만 정신이 팔린 듯 했다. 13일 신문에 보도된 공직자들 점심먹는 사진은 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산불대란은 진화장비와 시스템의 낙후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강원도는 지형이 험준해 한번 산불이 나면 진화가 어려운데도 영동지역에 소방용 헬기가 상주하지 않아 초동진화가 늦어지곤 한다.

이런 곳에 마땅한 진화장비가 없다면 불끄기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산불 원인과 관련해 실화와 방화 가능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지금 단계에서는 적절치 못하다. 우선 사태를 수습한 뒤에 조용히 진실을 밝혀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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