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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화 다시보기] 새로운시대‥남북영화 손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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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화 다시보기] 새로운시대‥남북영화 손잡을까

입력
200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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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처음 북한 영화 3편(림꺽정,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 온달전)이 사상 처음 TV를 통해 국내에 상영됐다. 북한 영화의 큰 갈래인 역사의 영웅들을 부각시킨 작품들이었다. 영화의 결론은 모두 같았다. ‘위대한 주체적 혁명정신을 이어받자’, 아니면 ‘위대한 지도자가 없어 실패했다’.그때의 국내의 반응은 “유치하다. 마치 우리의 1960년대 영화를 보는것 같다” “지루하다” “우리의 역사나 인물을 긍정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인상적이다” “남성적 힘이 보인다” 등이었다. 70년대 후반의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 상업성이 없었다.

북한에서 영화는 사회주의 당의 정책과 사상을 홍보하고 인민을 계몽하고 선동하는 무기이다. “영화는 당보(로동신문)의 사설과 같이 호소성이 높아야 하며 현실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사회주의 문화예술론). 북한이 불후의 명작으로 꼽는 작품도 ‘피바다’(69년) ‘꽃파는 처녀’(73년) ‘이 세상 끝까지’(77년)들이다. 79년 신상옥 최은희씨를 납치한 것도 이런 대사 중심의 단순한 영화에 기교를 살려 호소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실제 그들이 만든 ‘소금’ ‘돌아오지 않는 밀사’ ‘성춘향’은 기존 영화보다는 드라마틱했다.

북한영화의 종류는 크게 4가지다. 예술영화(극영화)와 기록영화, 과학교육영화와 아동영화. 예술영화촬영소, 기록과학영화촬영소, 4·25예술영화촬영소는 모두 당이 관리한다. 98년 제작 편수는 40여편, 그러나 북한의 경제사정을 반영하듯 92년 115편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 (조선영화년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특히 김정일의 개인 취향과 맞물려 북한에서 최고의 예술분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화 2세대인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의 작가 원영실(34)과 ‘조선의 힘’의 작가 정기종이 활약하고 있고, 98년에는 제6차 평양영화축전도 열렸다. 30개국 70여 작품이 참가했고 북한영화 ‘먼 훗날 나의 모습’이 횃불금상을 받았다. 평양영화시장도 열렸다. 영화문헌고(우리의 영상자료원)에는 2만여 편의 필름이 보관돼 있고 그중에는 우리에게 없는 ‘만추’같은 60, 70년대 한국 영화도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따라서 영화 교류는 당장 합작 혹은 현실(흥행성, 사상성)이 달라 꺼리는 작품의 교환보다는 자료 이용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 북한의 수준으로 볼 때 합작한다 해도 장소나 인력 제공 정도다. ‘여우사냥, 명성왕후 시해사건’(원작 이문열, 감독 하명중·하상원)의 북한 촬영을 고려하고 있는 하명중 감독도 “첫 교류의 시도라는 차원이다. 때문에 확실한 안전장치 없이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본격적인 합작은 그나마 이미 프랑스 독일 일본과 합작 경험이 있는 에니메이션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TV를 통해 국내 소개됐던 북한 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와 ‘림꺽정’.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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