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무역박람회(EXPO)가 위기를 맞고 있다. 통신과 인터넷이 세계 무역시장을 휩쓸면서 각국의 첨단 기술과 신상품의 ‘데뷰’ 무대로 각광받던 엑스포의 위상이 급격히 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당장 금세기 처음으로 열리는 독일 하노버엑스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엑스포의 최대 고객인 미국이 12일 사상 처음으로 하노버 엑스포에 국가전시관을 개설치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미국은 엑스포기간(6월1일-10월31일)동안 엑스포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국 문화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키로 했다. 도하노버 엑스포직위원회는 “미국의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에 부스 설립을 제의했으나 거의 대부분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엑스포를 준비해온 독일 당국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도 이날 독일 전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미국이 불참하면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완벽한 엑스포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는 조직위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불참 결정전부터 효과가 의문시돼왔다고 독일 언론들은 지적했다.
조직위측은 관람료로만 16억5,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성공적인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주간지 슈피겔은 관람객이 2,000만-2,500만명에 불과하며, 관람객 구성도 내국인과 유럽인이 95%를 차지, 타 대륙 방문객은 5%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포르투갈의 1998년 리스본 엑스포도 방문객이 예상에 훨씬 못미친 1,000만명으로 3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엑스포의 이같은 부진은 급속히 발전하는 인터넷과 통신 탓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이 인터넷을 이용, 저렴하게 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데 굳이 비싼 비용을 치르는 엑스포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독 미상공회의소 더크 뮐러 사무총장은 “글로벌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개별 국가차원의 경제 개념은 진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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