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무소속과 군소 정당이 시종 무기력했다는 점이다. 10대 이후 역대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한자리수에 그친 것은 12대 총선(지역구 184곳 중 4곳)과 13대 총선(224곳중 9곳)때 뿐이다.15대 총선서는 무소속 후보가 무려 16명이나 당선됐다. 14대 때의 21명보다는 줄었지만 3김의 치열했던 지역 구도를 감안하면 ‘돌풍’으로 평가됐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 기류가 세찼던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16대 총선서 무소속의 약세는 상당 부분 여론조사 효과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언론은 앞다투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유권자들이 여론 조사 결과를 수시로 접하면서 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왔다는 것.
즉 여론 조사가 거듭될수록 기존 정당후보의 지지도는 올라가고, 무소속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졌다. 15대때 394명이었던 무소속 출마자가 202명으로 크게 줄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의 자존심을 세운 후보들이 있다. 울산 동구에 나온 정몽준(鄭夢準)후보는 일찌감치 금배지를 예약했다.
영남 독식을 노린 한나라당 조차 아예 후보를 내지 않을 만큼 이 지역에서 정후보의 지지도는 절대적. 울산에서는 중구의 송철호(宋哲鎬)후보도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후보와 초경합 판세를 이어왔다.
호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공천서 탈락한 인사들이 무소속 깃발을 높이 들었다. 광주 남구 강운태(姜雲太)후보는 민주당 임복진(林福鎭)후보를 선거전 초반부터 세차게 밀어붙였다. 전남 보성·화순의 박주선(朴柱宣)후보도 민주당 한영애(韓英愛)후보를 무서운 기세로 추격했다.
전북 남원·순창의 이강래(李康來)후보 역시 막판 스퍼트가 돋보였다.
군소 정당도 제대로 힘을 못썼다. 선거전 초반 영남권에서 만만찮은 돌풍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민국당 바람은 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민국당은 선거전 막판까지 총력을 쏟아 부었던 부산에서도 결과가 신통치 못했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신당도 돌풍을 일으키는데는 미치지 못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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