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황사… 가뭄… 홍역…축산농가를 괴롭히는 구제역(口蹄疫), 소결핵 등 악성 가축전염병에 이어, 잦은 황사와 건조한 날씨 등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홍역, 볼거리 등 봄철 유행성 전염병도 덩달아 기승을 부려 국민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끝나지 않은 구제역 : 강원 영동지방 대형 산불과 남북정상회담 발표로 수면밑으로 잠기는 듯했던 구제역은 11일 충북 충주, 13일 충남 홍성에서 또 발생했다. 이에 따라 ‘가축질병 국가방역체제’를 시급히 갖추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경기 파주의 한 축산농민은 “구제역 파동은 농민들에게 엄청난 절망감을 안겨줬다”며 “구제역과 같은 괴질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국가에서 종합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제역 충격에 밀렸지만 소결핵도 가축방역 대책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부분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수백마리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소결핵은 경남지역에서만 지난해 9마리, 98년 50마리가 생겼고, 올들어서도 구제역 발생 이전인 지난달 23일 마산시내 젖소 99마리중 15마리가 감염돼 도살했다.
■이상기후·환자 속출 : ‘봄의 불청객’ 황사가 도를 넘어선데다 2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봄 가뭄 피해도 심각하다. 황사의 경우 구제역 발생의 원인 제공자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만큼 그 위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여기에 건조한 날씨까지 겹쳐 호흡기 질환 및 안질환자, 감기환자 등이 속출하고 있다. 통상 겨울과 이른 봄 등 환절기가 지나면 ‘계절성 질환’이 눈에 띄게 줄지만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종합병원 내과 및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에는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환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부 병원은 밤 10시까지 연장진료를 할 정도다.
서울의 경우 2월 이후 강수량이 예년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전국적인 봄 가뭄도 악재다. 기상청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는 5월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불 비상령이 당분간 지속되고, 국민들도 한동안 불편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 닥치고 있다.
■유행성 전염병 가세 : 지방에서는 유행성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포항 영덕 경주를 중심으로 유아와 청소년 등 130여명이 홍역에 걸려 40여명이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고교생 9명이 2종 전염병인 유행성 이하선염(일명 볼거리)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볼거리는 보통 4월 중순 이후 환자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특히 유행성 전염병이 올들어 집단발생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시·도에 예방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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