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에서 용산구와 미군이 용산 미군기지내 호텔신축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군측이 불법건축물의 건설을 강행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 있는 미군기지의 현황, 미군기지에 대한 우리의 권리, 도시계획상의 문제가 뭔지 궁금하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다. /김철환·서울 광진구 군자동주한미군기지 현황 현재 한국의 미군기지는 전국 96개소 총 8,025만평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절반, 인천시의 1.5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미군 캠프와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전용공여지는 4,172만평이고 사격훈련장의 안전지대 등 원래의 토지용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미군이 사용권을 행사하는 지역공여지가 1,027만평, 군사훈련을 위해 임시로 미군에 사용권을 주는 임시공여지 2,826만평 등이다. 1997년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이 땅의 자산가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12조 6,300억원이다.
미군기지로 인한 피해 미군에 의한 범죄뿐 아니라 훈련으로 인한 소음공해 환경파괴 재산권 제한 등 여러가지다. 도시계획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미군기지 대부분이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계획상 큰 장애물이다.
5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동작대교가 북단에 자리한 용산기지때문에 그 효용가치가 반감되고 있고 지하철 4호선도 노선이 구부러졌다. 또 용산기지 주변에는 3층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돼 있어 토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대구시의 경우 수년전에 세워놓은 도로확장공사 계획이 미군이 기지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낮잠을 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물난리를 겪고 있는 의정부 동두천 파주지역의 수해원인의 일부가 미군기지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하천정비사업을 수립했으나 도시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미군기지로 인해 시행이 어렵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 문제는 미군이 도시의 중심부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등 우리의 필요에 의해 토지를 반환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1991년 개정된 ‘한미행정협정’(SOFA) 2조 3항에는 ‘불필요한 지역과 시설은 한미합동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한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사용의 필요성 여부, 즉 기지의 반환 여부를 미국측의 결정에 일임하고 있어 주권국가 국민의 법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한 이전비 전액을 한국측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양국간 이전이 합의된 용산기지의 경우 미국측의 이전지연에다 97억달러에 달하는 이전비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실태 일본은 오키나와(沖繩)의 미군기지 반환·이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과 1995년 ‘오키나와에 있는 시설 및 구역에 관한 특별행동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결과 11개 시설 5,002㏊를 반환받았다. 이는 전체 전용면적의 21%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도 우리처럼 미국의 ‘선의’가 아니면 땅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우리와 일본에 비해 독일은 미군기지가 자국의 필요에 따라 반환·이전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주독 미군의 지위를 규정하는 ‘보충협정’은 “미군시설은 그들에게 소요되는 최소한도로 제한돼야 하고 이를 위해 시설의 수요정도를 계속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이익이 우선된다고 인정될 때는 시설의 사용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우리에게는 ‘먼 나라 얘기”이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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