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조율없는 중구난방식 대책 봇물정부의 대북 경협논의가 중구난방이다. 각종 대북지원 방안이 주무부처 책임자도 모른 채 고위당국자의 말을 통해 보도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재계도 12일 ‘대북경협 5원칙’을 발표하는 등 분주했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에 따른 재원조달에 대한 현실적인 계산없이 낙관론에 젖어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고위당국자가 밝힌 ‘무연탄 1,000만톤 지원’ 방안. 무연탄 1,000만톤은 현재 정부가 비축중인 총량이다.
무연탄의 경우 국내소비가 극히 미미한 데다 수출도 불가능한 만큼 북한에 전량을 지원하겠다는 게 당국자의 말.
무연탄은 현재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에 따라 가격보조금과 폐광지역 지원 등 명목으로 에너지특별회계를 통해 연간 5,000억-6,000억원씩 지원되고 있다. 수요도 없는 무연탄을 연간 400만톤씩 생산하며 채탄과 비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고위관계자는 “경협 당사국인 북한의 무연탄 수요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지원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지원방안을 검토한 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화력발전소에 무연탄이 쓰이는지, 얼마나 필요한지 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생산에 1조원을 쏟아부은 무연탄을 북한의 요청도 없는데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는 비료나 전력 지원 등에서도 다르지 않다. 농림부는 최근 북한 비료지원 추진안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공식 해명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이날 밝힌 SOC투자 재원조달 복안인 EU 등 세계 각국 기업의 투자와 국제 금융기관 참여 등도 지나친 낙관이라는 지적이다.
거대시장을 노린 국제자본의 진출러시로 나타난 중국시장과 달리 북한은 자체시장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 안정적인 기업활동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 등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국제기구 등을 통한 차관조달도 북한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활동을 위한 투자인 만큼 북한이 SOC확충 등에 필요한 재원도 기업부담으로 떠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 성사라는 역사적 이벤트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본말이 전도된 중구난방식 지원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경제협력에 경제논리가 실종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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