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노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제 살을 떼어내 바쳤다거나, 손가락에서 피를 내 올리고,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뜨리고 며칠씩 기다려 잉어를 잡아올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소문난 효자·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옛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효’를 시각화한 민화도 전해지는데, 그 중에는 이빠진 시어머니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젖을 물려주는 며느리를 화폭에 담아낸 것도 있다.또 효행을 베푼 백성임을 암행어사가 입증하는 의미에서 마패로 낙관을 찍어준 조선시대 문서까지 포함, ‘효(孝)’를 소재로 한 우리의 문화유산은 풍부한 편이다. ‘효’를 모티브로 삼은 설화(說話)와 민화(民畵)는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효’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취급받은 덕목임을 말해준다.
지금은 그러나 이같은 전통은 간 데 없고 ‘효’는 껍데기만 남은 ‘고인(古人)의 옷’에 불과하다. 효의 산교육장으로 기능할 ‘효 박물관’은 이러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박물관을 채워줄 소프트웨어는 ‘효’를 주제로하는 과거 혹은 현재의 문화유산들. ‘효’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단법인 ‘세계 효 문화본부’(총재 홍인식 전 고려대총장)는 효박물관 외에도 효종합문화센터, 효문화엑스포, 세계효대상 등 다양한 기획을 추진 중이다.
박물관의 테마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화함에도 불구하고, 효 박물관은 전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아이템이다. 말그대로 ‘노인에 미쳐 살아온’ 홍순창(50·KBS 전주총국 편성제작국장)씨의 아이디어. ‘장수무대’‘장수만세’‘백세퀴즈쇼’‘실버가요제’ 등 TBC KBS에서 내로라하는 노인프로그램도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
홍씨는 “어르신들이 일방적으로 젊은이에게 강요하는 전통적 ‘효’만 강조한다면 오히려 가정이나 사회에서 더욱 소외 당할 것”이라며 “역으로 풍부한 연륜을 바탕으로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있는 노인들이 먼저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며 ‘효’의 복원을 위한 실버세대의 역할을 우선 강조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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