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에서 구제역 뉴스가 전해지고 축사소독 냄세가 짙게 풍기던 며칠전 대학 동창생 친구들에게 불고기를 먹자고 제의했더니 부인들까지 기꺼이 자리를 함께했다. 축산농가들은 방역작업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국민도 덩달아 불안해하며 육류를 기피하고 있는 이럴 때 일 수록 ‘아는 사람’이 앞장서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불고기 집을 찾은 것이다.구제역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인체에 들어가도 발병하지 않는다. 대만에서도 1997년 구제역이 만연했을 때 장관이 TV에 나와 구제역에 걸린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어 보였다. 먹어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많은 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사람에게서 구제역이 발병한 사례는 없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침입하더라도 백혈구가 그것을 파괴해버리고 오히려 우리 몸에는 구제역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
게다가 요즘 유통되고 있는 소와 돼지는 구제역에 걸린 것이 아니다. 혹시나 구제역에 걸릴까 해서 미리 도살한 것이 대부분이다. 구제역 증세가 나타난 가축은 모두 폐기처분되고 있다.
이번 구제역 파동이 외국에도 알려진 만큼 한국의 축산물 수출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같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식품을 통해 자기 나라에 묻어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먹어 주지 않으면 안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우리는 이제 구제역 발생국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는 젖소의 대량 도태와 우유수집의 어려움으로 우유 공급부족이라는 이중고가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국의 지도를 따라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오래 걸리지 않아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은 재임시 우유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보도로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청와대출입 기자들앞에서 우유를 쭉 들이키는 모습을 보여 이를 잠재우고 축산업의 피해를 줄여주었던 적이 있다. 지금에 있어서 성숙한 국민의 자세란 다른 음식을 조금 자제하더라도 창고에 쌓인 국내산 고기를 먹어주는 일이다.
우리는 또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외국을 드나들 때 식물 사료 과일 등 식품의 반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내 산업과 환경보호는 거저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우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지킬 것은 지키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강국희 성균관대 교수(식품생명자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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