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머니’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일본 증시활황, 미국의 최장기 호황 등 국내외 여건 개선으로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자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다.이는 증시 활황과 엔화 강세로 투자여력이 높아진 기업들이 미 ‘신경제’ 및 세계화 추세 ‘따라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를 비롯한 정보통신업체는 물론 도요타자동차 등 전통기업까지 대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NTT도코모는 지난해 12월 홍콩의 허치슨 텔레폰 지분 19%를 4억1,000만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영국 무선통신회사 오렌지 인수를 추진중이다.
NTT도코모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이는 일본사상 최대 규모다.
굴지의 반도체 설비 제조업체 히타치(日立)는 2003년까지 3,000억엔(28억4,000만달러)을 조성, 이중 절반을 60여개 해외 정보통신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플레이스테이션 2’출시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의 인터넷 사업 확장에 나선 소니 역시 미국에 설립한 지주회사를 통해 광범위한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제조업 신화를 일궈냈던 전통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한 편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캐나다에서 고급형 스포츠카를 생산하기 위해 남서부에 위치한 온타리오 공장에 6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스웨덴의 지게차 생산업체 BT인터스트리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이밖에 노무라(野村)증권은 지난해 말 유럽과 미국의 제휴업체에 각각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해외영업망 재건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일본 기업의 대외 투자가 재개되면서 해외직접투자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5조5,000억엔으로 전년 한해의 5조2,000억엔을 넘어섰다.
아직은 1980년대말의 해외진출 러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투자붐은 수년간 움츠러들었던 금융기관을 이 대열에 합류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난 3일 발표된 단칸(短觀)지수가 5분기 연속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일본 경제기획청이 “경제가 자율적인 회복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선언하는 등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외자에 미국 투자은행들도 해외투자를 적극 독려하고 있어 일본이 ‘실지’를 회복할 지 주목된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