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회담구상… 이산가족 상봉 강력 요구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구상은 ‘신뢰’로 요약할 수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를 적대적 대상에서 공존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믿음을 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간에 숱한 협상이 있었고 91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도 체결됐지만, 남북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고 그 거리는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김대통령의 인식이다.
신뢰 구축의 방법은 김대통령이 이미 포괄적 접근법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겠다’는 것이다. 포괄적 접근법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중지와 대북 경제적 지원을 맞바꾸는 위기관리의 해법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현재 북한의 긴박하고 절실한 문제는 식량문제이고 나아가 경제재건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북한이 먹고살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지원, 북한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우선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는 11일 국무회의에서 김대통령이 “베를린선언에서 제안한 4개항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에 잘 나타나있다.
베를린선언의 첫째 항이 북한의 농업, SOC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공언한대로 경제적 지원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줄 신뢰의 구체적 내용이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이 상당한 신뢰를 보냈다”고 평가한다. 우리가 그동안 끊임없이 북한에 던진 요구사항이 남북당국간 대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것 자체가 엄청난 성의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김대통령도 이같은 해석에 동의한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정상회담 합의에서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민족문제를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이 상징성에만 자족하고 가시적 성과를 외면할 수는 없다. 어차피 지금 북한에 투입하는 재원은 당장 결과로 나타나기는 힘들며 경제적 실익으로 돌아오는 데는 최소한 몇년 걸린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대가 보다는 인도적 차원의 접근이 시급한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적인 요구사항으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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