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가 백인소유토지몰수로 흑백 인종간, 정부와 야당세력간 자칫 내전이 발발할 수 있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짐바브웨는 11일 정치적 대립이 격해짐에 따라 의회를 해산할 것이라고 BBC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이 방송은 5월말로 예정된 총선이 언제 치뤄질 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경찰 당국은 10일 내전이 발발할 수 있다며 백인농장을 점유한 흑인들에 대한 법원의 공권력 동원지시를 거부했다.
짐바브웨 독립전쟁 참전 용사 등 흑인 수천명은 2월부터 백인소유농장 750여곳을 점유하고 있으며, 백인들은 강압적 분위기에서 농장을 떠나고 있다. 게다가 야당 민주적변화운동(DMC)은 9일 본격적인 반정부투쟁을 선언했다.
사태의 발단 집권당 짐바브웨-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6일 의회를 소집, 백인소유의 토지와 농장을 무상몰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버트 무가베(76·사진) 대통령이 2월 토지무상몰수와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12년 연장키위해 실시한 국민투표가 거부당한 뒤 두달만의 일이다.
1970년대 게릴라 투쟁의 지도자였던 무가베는 1980년 독립당시 인종화합과 유상몰수 등의 토지개혁을 약속했으나 1997년 백인소유농장 1,500곳을 무상몰수한다고 밝혔다.
장기집권의 정략 서구의 식민지배와 내전을 겪은 아프리카에서 토지개혁문제는 사회통합의 관건적 요소다. 짐바브웨도 인구의 0.7%에 불과한 백인들이 비옥한 토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식민지시대 백인들이 약탈한 토지를 무상몰수하고 보상은 식민지배국이었던 영국의 책임이라는 무가베의 주장은 원주민의 지지를 일정부분 받고 있다.
그러나 토지무상몰수법은 무가베와 ZANU-PF가 5월말 총선을 앞두고 추락한 인기를 만회하려는 정략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갤럽 인터내셔널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5%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무가베는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인플레가 66%, 실업률은 50%에 육박하는 등 계속된 경제침체로 짐바브웨 국민들이 무가베에 등을 돌린 것이다. 참전용사들도 선거 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믿을 수 없다며 총선 실시전 토지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문제비화 만일의 사태에 대비, 백인들의 안전계획을 수립한 영국은 토지개혁지원금 수천만달러 대부분이 소수 집권세력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다며 토지무상몰수에 대해 비판했다.
유럽연합(EU)외무장관들도 10일 불안한 정정에 우려를 표하면서 짐바브웨에 경제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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