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걸면 낮추고, 조금 지나면 슬금슬금 또 올리고….’수신금리를 둘러싼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숨바꼭질’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리인상 경쟁 →금융당국 제동 →금리 인하 →금리인상 경쟁’의 악순환이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은행은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금리를 0.1-1.0%포인트, 한빛은행은 실세정기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각각 인하했다.
이에앞서 하나은행과 조흥은행이 주택청약 예·부금 금리를 각각 0.3%포인트와 0.2%포인트 내리는 등 대부분 은행들이 앞을 다퉈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파격적인 고금리와 부대서비스를 내걸며 과당경쟁을 펼쳤던 은행권이 이처럼 급선회한 것은 금융당국이 고금리경쟁 자제를 지시했기 때문.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은행 임원들을 불러 주택청약상품 가입유치 및 수신경쟁을 위해 출혈경쟁을 계속할 경우 금융감독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20여일전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된 것. 올초부터 외국계은행인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대부분 시중은행이 손해(역마진)를 감수하며 수신금리인상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수신금리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금리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발표하자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이 즉각 정기예금 등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악순환이 시중은행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정부 눈치보기’관행이 여전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부실이 산더미같은 국내 은행들이 당장의 외형 늘리기에 급급해 무분별한 금리인상과 금융당국 눈치보기를 일삼는 것은 명백한 모럴 해저드”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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