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은 쌍방 정상이 만나 민족적 현안에 대해 진의를 타진하고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인 남북 당국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연다는 데 의의가 있다.그러나 이와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합의서를 보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초청에 의한 것인지, 김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가 모호한 데다가 91년 기본합의서에 명기됐던 쌍방 국호마저 사용치 못한 점 등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예상되는 북한의 태도와 정부의 대응자세다. 회담의 성격과 관련,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보고 현안 문제를 실질적 수준에서 풀어가려는 입장이나 두 사람의 ‘상봉(만남)’으로 생각하는 북한으로서는 형식적 모양갖추기를 통해 경제적 실리만을 챙기려는 의도를 보일 수도 있다.
회담 의제에 관해서는 준비접촉에서 협의가 진행될 것이나 자칫 6월이라는 정상회담 개최 시한에 쫓긴 나머지 이번 합의서에 정상회담의 개최목적으로 명기된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 등 세가지 범주내에서 엇비슷하게 합의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화해와 단합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애국단체(한총련, 범민련 등)’의 자유활동 보장 등을 거론할 것이다.
이는 그들이 그동안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해 온 것을 회담의 의제로 바꾸어 놓는 결과를 초래,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또 북한은 정상회담 개최전 비료지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회담 분위기 조성론’을 내세워 장애를 만들지도 모른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첫째,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논의의 틀 속에서 한가지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남북관계를 평화공존을 통해 통일로 접근하는 구조로 정립하는 것, 즉 ‘선(先) 평화공존, 후(後) 통일’의 기조에 쌍방이 합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셋째, 국민적 합의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총선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이상의 대북 지원이 갈 경우 국민적 갈등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우리 내부의 ‘남남(南南)대화’에 힘써 주기를 바란다. 북한의 협상태도로 볼 때 회담과 합의와 이행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우리가 보다 신중하고 차분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송영대(宋榮大·숙명여대 겸임교수)전통일원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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