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0시 전남 고흥군 소록도 바다는 거센 바람으로 파도가 높게 일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도 빨간 동백꽃이 만개한 소록도 국립병원. 2층 수술실에서는 한국 방송사의 대표적인 단막극 MBC ‘베스트극장’의 400회 특집 ‘천국까지 백마일’(각색 김보영, 연출 이대영)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1991년 7월 7일 ‘아빠는 사업가’(극본 김정수, 연출 김한영)로 시작한 MBC‘베스트 극장’이 21일로 400회를 맞는다. ‘베스트 극장’은 연속극의 토양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우선 드라마의 승패를 좌우하는 작가들을 많이 배출했다. 신인들에게는 작가 등용문으로, 기성 작가들에게는 완숙한 극본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 최고 인기드라마 MBC ‘허준’의 최완규를 비롯해 노희경, 정성희, 정유경 등이 ‘베스트극장’을 통해 배출됐다.
왕성한 창작욕과 실험정신이 강한 신예 연출자들 역시 ‘베스트 극장’에서 연출력을 연마해 화제의 드라마를 연출해 냈다. 드라마‘애인’의 이창순, ‘마지막 전쟁’의 김남원, ‘달수의 재판’의 오현창PD가 ‘베스트 극장’에서 연출력을 쌓았다.
‘베스트 극장’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은 과감한 영상실험과 제한없는 주제의식의 표출의 장 역할을 한 것이다. TV용 영화를 표방하며 원거리 촬영기법인 롱 테이크등 TV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촬영기법을 과감히 도입해 영상미를 높이는 등 다양한 영상실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노숙자등 사회적인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소재로 주제의식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베스트 극장’을 10여회 연출한 이대영PD는 “작가나 연출자로서는 소재나 기법 등에 제한을 받지않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할 수 있다. 그래서 뛰어난 단막극이 많이 방송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박완서의 ‘우황 청심환’, 한수산의 ‘서울의 꿈’, 최일남의 ‘달리는 거위들’등 소설가의 작품을 각색한 단막극을 주로 내보냈으나, 100회를 넘기면서 방송 작가들이 직접 쓴 극본을 토대로 드라마화했다. 하지만 ‘베스트 극장’은 근래들어 초창기의 실험정신이 많이 퇴색돼 상투적 단막극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연출자의 창의성 회복과 새로운 감각의 신인 작가 발굴, 과감한 투자, 유연한 제작자세를 통해 ‘베스트 극장’이 끝없이 매너리즘을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고흥=배국남기자
knbae@hk.co.kr
■MBC베스트극장 400회 특집극 '천국까지 백마일'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아들의 여정은 필사적이었다. 자갈로 가득찬 해변을 어머니를 들쳐업고 뛰어야했다. 덜컹거리는 차에 어머니의 운명을 맡긴채 운전대를 잡아야했다.
영화‘철도원’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아사다 지로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MBC ‘베스트 극장’ 400회 특집‘천국까지 백마일’은 이기적인 장남과 차남의 외면속에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 막내 아들(최재성)의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어머니(오미연)를 살리기의 눈물겨운 노력이 잔잔한 영상과 함께 펼쳐진다.
그 고난의 여정을 떠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로드 무비이다. 구례 담양 나주 고흥 등 전남 각 지역에서 촬영을 한 뒤, 한센병 환자촌으로 알려진 소록도에서 마지막 촬영이 진행됐다. 10일정으로 진행된 ‘천국까지 백마일’은 태풍과 비등 악조건 속에서도 촬영이 계속됐다.
촬영 9일째를 맞는 11일,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수술을 받는 소록도 병원 장명에서 연기자들은 숙연해졌다. 처음 소록도를 와봤다는 탤런트 최재성과 오미연은 “기분이 묘하다. 환자들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작품에서 소록도가 갖는 배경의 상징적인 의미는 없다. 다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을 뿐이다. 차가운 바다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봄색이 완연한 소록도에서 ‘베스트극장 10년의 긴 여정’인 ‘천국까지 백마일’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배국남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