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급류를 타며 위태로웠던 한반도정세는 남북의 정상회담합의로 본격적인 냉전해체기로 접어들었다. 98년 12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냉전해체구상이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의 적극적 호응을 통해 페리보고서를 낳았고 이제는 북한을 연착륙 시키면서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는 그랜드플랜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정치·군사적 대결의 주체인 남북한의 최고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전체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수반할 것임은 물론이다.
특히 민족문제가 아닌 국제정치 질서의 문제로 변질돼가고 있는 한반도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민족의 손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민족사적 의미도 적지 않다. 같은 민족으로 분단 55년을 지내면서 양측 지도자가 얼굴한번 보지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종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정상이 만나 남북긴장을 부추기는 핵·미사일등 대량살상무기, 서해교전과 같은 군사적 충돌 문제등을 논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싹띄워 평화비용을 크게 줄이고 양측은 ‘예측가능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6월 평양방문에서 군사적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기본합의서 및 비핵화합의 이행문제, 남북대화및 정상회담 정례화문제, 이산가족 해결문제, 북한경제지원및 남북경협문제등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제기,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난제를 일거에 풀 수있는 유효한 협상방식이라는 점이 이같은 기대를 더욱 부추긴다.
남북정상회담의 파장은 남북간의 교류협력의 증진에서부터 북한의 국제사회편입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강산관광등 각종 경협이 순풍을 맞게 되는 것은 물론 북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세계금융기구의 대북지원, 북한의 대미, 대일관계 개선가속화등이 예상되는 파장이다.
한편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한 배경도 주목할 필요도 있다. 북한은 자원고갈에 따라 외국손님용 호텔의 난방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는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국제사회에서 체제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정상회담은 북한이 냉철한 수 읽기를 한 뒤 내딛은 발걸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때보다 현명한 대처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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