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에 메가톤 이슈가 터졌다. 정치권 전체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4·10 남북정상 회담개최 합의발표는 16대 총선의 최후·최대 변수가 되리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다.선거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 시점에선 선거판세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가져올지 정확히 가늠키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여당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분석한다. 한자리 수 차이의 1당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입장에선, 수도권 박빙 승부의 균형추를 깰 수 있는 이슈는 곧 선거전의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을 의미할 수 있다.
물론 여야 내부에서조차 선거결과에 미칠 영향의 크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려 있다. “여당이 절대 유리하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결정적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당장 정부 발표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보인 1차 반응은 이번 이슈가 여당에 호재임을 지문찍듯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가 높아질 것”(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 “우리 국익과 민족의 장래에 획기적 도약의 계기가 될 것”(김원길·金元吉선대위 정책위원장)이라고 쌍수 환영한 반면, 한나라당은 “선거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김대중(金大中)정부의 북풍공작”(이회창·李會昌총재) “총선승리에 눈먼 김대통령의 구걸 회담”(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 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수도권 거주 이북 실향민과 인천·경기 북부·강원 지역의 표심에 미칠 긍정적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1,000~2,000표차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난전지역에서 몇개 의석만 확실하게 건질 수 있어도 곱하기 2의 효과를 거둬 전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산법이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을 맹렬히 따라붙고 있는 386 후보들이 색깔시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어 추격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이에비해 한나라당은 “불리한 소재임에는 틀림없으나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발표시점과 절차에 대한 의혹, 개최합의 과정에서 있었거나 앞으로 있을 뒷 거래 흑막, 성사여부의 여전한 불투명성 등을 집중공략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자신들이 제기했던 모든 이슈가 한꺼번에 무위로 돌아갈 위험에 대해선 속수무책인 형편임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입력시간 2000/04/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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