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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바(PC방)'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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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바(PC방)' 열풍

입력
2000.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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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시의 자금성 주변은 황제의 위엄을 기리기 위해 저녁 8시 이후에는 등불을 줄이도록 한 조치에 따라 일제히 어둠에 잠긴다. 그러나 이 일대에서 밤새도록 불을 밝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의 인터넷열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PC방, ‘왕바’(網bar)이다.왕바는 인터넷을 뜻하는 ‘인트어왕’의 끝말과 서양의 선술집인 바(bar)를 붙여서 만든 합성어. 중국에서 처음 인터넷이 퍼진 인터넷카페에서 유래한 말로 인터넷도 즐기며 음료수도 마실 수 있어서 이렇게 불린다.

3년전 인터넷카페로 첫 출발한 왕바는 베이징시에만 200여군데가 넘고 비교적 번화한 곳으로 꼽히는 상하이의 경우 4,000여개, 중국 전역에 걸쳐 약 1만군데가 성업중이다.

왕바의 열기는 베이징대학 앞의 ‘넷피아’를 가보면 알 수 있다. 국내 대기업 주재원으로 일하던 길모씨가 지난해 차린 이곳은 하루 24시간 영업을 하며 월 평균 700만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중국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인 10만원은 물론이고 국내 월급쟁이들의 수입을 훨씬 웃돌고 있다.

중국의 왕바는 크게 두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왕바와 외국기업이나 교포가 운영하는 왕바이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왕바는 대부분 15평 내외의 공간에 20대 미만의 PC를 설치해 놓은 소규모 점포들이다. 이용료는 시간당 10위엔(1,400원) 정도.

아직까지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왕바는 진정한 인터넷PC방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유는 느린 인터넷때문이다. 전용선 가격이 너무 비싸서 대부분 모뎀을 사용하고 있다. 모뎀 속도도 국내에서 사용하는 56Kbps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36.6Kbps이다. 동영상은 물론이고 그림이 많은 홈페이지의 경우 제대로 검색하기 힘들 만큼 속도가 느리다.

스타크래프트같은 인터넷게임은 엄두도 못내고 내부에 설치된 PC끼리 케이블을 연결해 간단한 멀티플레이 게임만 즐기고 있다. 그래도 빈 자리가 없을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이 학업 및 비즈니스용으로 사용하다보니 전자우편을 보내고 자료검색에 치중하는 편이어서 답답한 속도에 그다지 불평들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외국기업들이 운영하는 왕바는 수십대의 PC를 설치한 대형매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128Kbps의 속도를 자랑하는 전용선이 설치돼 있어서 현지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유학생들은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를 이용해 고국의 친지들과 통화를 하거나 스타크래프트 등 인터넷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시간당 5달러선. 그래도 빠른 인터넷을 써 본 외국인들이나 중국의 젊은이들은 비싼 요금도 마다않고 단골이 된다.

중국 정부는 최근들어 외국기업들이 운영하는 왕바가 늘어나면서 빠른 인터넷에 대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초고속정보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대륙 전체를 가로, 세로로 8개의 초고속 인터넷전용선이 지나가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수많은 전용선을 잔가지처럼 붙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사업에 착수해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중이며 2003년께에는 주요 도시에 원활한 전용선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여기 발맞춰 한글과컴퓨터처럼 현지에서 PC방을 운영하는 등 많은 국내의 인터넷기업들이 중국의 왕바와 관련있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사업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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