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속담까지 바꾼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을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은 죽어서 E-메일주소(또는 도메인)를 남긴다”로 바뀌었다. 요즘 네티즌 사이에 떠도는 농담이다. 영어권에서도 인류를 뜻하는 ‘mankind’를 ‘domainkind’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인터넷시대에 E-메일 주소나 도메인 이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중요한 E-메일 주소를 우리는 지나치게 ‘우리 식’으로 지어 부르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사원이름의 영문이니셜 두글자와 성(姓)을 E-메일 ID로 정해 쓰도록 권한다. 이런 방식으로 ‘홍길동’씨의 ID를 만들어 보자. 길동의 두 글자 이니셜이 kd이고 홍(hong)이 성이니까 그의 E-메일 ID는 `kdhong’이 된다. 이런 ID는 우리 사회에서는 눈에 익어서 괜찮아 보이지만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하다.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E-메일ID를 작명하는 요령을 알아보자. 첫째, 우리 말과 영어로 두루 통하는 이름을 만드는 방법이다. 창의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된다. 한국일보 경제부의 이백만부장은 million@hk.co.kr라는 E-메일 주소를 쓴다. 알기 쉽고 친근감이 있다. 만일 그가 일반화된 작명방식을 따랐을 경우 그의 E-메일주소는 pmlee@hk.co.kr가 된다. 대한매일신문의 오일만기자는 oilman@kdaily.com이라는 주소를 가지고 있다. imoh@kdaily.com 보다 훨씬 낫다.
둘째, 우리 말 이름과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영어식으로 작명하는 방법이다. ‘이수정’이라는 학생은 crystalee라는 ID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ID가 된 behappy도 여기에 속한다. 외국 노래의 제목인데, 명함을 받아보는 외국인 친구들이 재미도 있고 기억하기에도 좋다고 말한다.
셋째, 국내외 E-메일서비스 회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다. 직업과 취미 등 개성에 따라 ID와 도메인이름을 지어주는 회사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yesday.com이나 미국의 mailbank.com 등이 그 예다. yesday.com은 무료, mailbank.com은 유료다. 특히 mailbank.com은 E-메일주소에 어울리는 웹사이트주소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만일 필자가 람보 팬이면 behappy@rambo.org라는 E-메일주소를 만들 수 있다. 웹사이트 주소는 www.rambo.com이다.
영어식 E-메일주소를 만들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성차별적이거나 다른 문화권에서 금기시 하고 있는 단어는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시골 쥐’라는 별명을 가진 학생이 ‘countryrat@…’라는 ID를 가지고 있다면, 하루 빨리 버리는 게 좋다. Rat라는 단어에는 스파이, 배신자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적인 단어나 기호도 피해야 한다. 서양인 가운데는 불가(佛家)의 절(卍) 표시를 나치(Nazis) 심볼로 여기는 이가 적지 않다.
/이상석 인터넷부장 behapp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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