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묘소를 찾아가 뵙고 동생 얼굴을 한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원이 없겠습니다.”71년 일본 삿포로 동계올림픽에서 북한선수로 참가한 여동생을 ‘상봉’해 세계의 심금을 울렸던 한필성(67·韓弼聖)씨는 10일 남북정상회담 성사 소식을 듣고 다시 눈물부터 글썽였다.
한씨는 71년 아사히신문의 주선으로 올림픽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참가한 여동생 필화(弼花·60)씨와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고, 90년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동생과 다시 극적으로 상봉하기도 했다.
당시 서로의 이름을 외치며 전화를 놓지않으려는 남매의 모습은 전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우리 이산가족의 아픔을 알렸었다.
한씨는 “90년 당시 어머니가 몸이 편찮다는 얘기를 듣고 동생에게 한약을 지어 보냈는데 어머니가 97년 4월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살아 생전 못한 효도를 지금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94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98년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 때에도 잠을 못 이뤘다는 한씨는 “오늘도 필화와 나머지 4형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남북회담 때마다 기대감을 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 실망감만 컸다”며 “최초의 정상회담인 만큼 이번에는 이산가족의 한이 풀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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