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한 것은 북한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외관계개선 과정에서 남한과의 협력이 경제난 극복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깨달은 결과이다.북한은 지난해 9월 베를린 미사일 합의를 계기로 외교적 고립을 탈피, 국제무대로 복귀하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시도해왔다. 지난해 9월 북한외상으로서는 7년만에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한 것을 시발로 올해 1월에는 이탈리아와 국교를 수립하는 등 유럽연합(EU)국가,동남아 국가,호주,남미, 중동 등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혀왔다.
북한이 이처럼 전방위 외교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한계에 다달은 경제난이 꼽힌다. 북한의 경제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바닥을 벗어나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식량과 전력등의 절대적 부족은 북한체제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위협요소로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북한은 체제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경제난을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가 된 상황을 맞고 있다”며“이같은 절박함이 북한을 세계무대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세계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일본과 관계개선을 위한 회담을 진행중이지만 당장의 혜택을 기대하기에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들 국가들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함으로써 결국 북한으로서는 남한과의 협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금강산 사업등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서 나타난 효과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경제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남한의 지원과 투자라는 현실을 인식시키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의 화두를 던짐으로써 북한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군부를 기반으로 한 정권 유지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정상회담 수용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대내적인 경제위기와 외부로부터 체제위협에 시달리던 김위원장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개선 과정에서 미일등이 북한의 체제안정을 원하면서 한국의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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