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카리스마도 터프함도 없다. 외모에서 풍기는 순한 분위기와 드라마·영화에서 맡은 캐릭터가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룬다.17일 시작하는 KBS1 TV 아침 드라마 ‘민들레’에서 맡은 길남 역도 그의 순둥이 분위기에 잘 맞는다.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하는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김영애)의 소원대로 검사가 되는 인물이다.
김호진은 나이 서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해맑다. 1991년 KBS 톱탤런트 선발대회 때 입상할 당시의 외양이나 1992년 KBS 청소년드라마 ‘맥랑시대’의 주인공 모습, 그리고 지난해 출연한 SBS ‘파도’에서 김영애 아들의 분위기가 다를 바가 없다.
작심하고 반란을 꾀했다. 1998년 MBC ‘내가 사는 이유에서’였다. 여자를 괴롭히는 건달 역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반란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애인인 술집 작부를 때리는 장면을 보고도 애교스럽다고 했다.
그도 순순히 인정한다. 그를 가두고 있는 귀엽고 앳된 이미지의 성채(城砦)안에 있을 때 편하다는 것을. “당분간 일부러 나이 들거나 노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폼잡는 것을 억지로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자 탤런트가 카리스마나 터프함이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하지만 그는 “긴세월 동안 연기하고 싶다. 카리스마가 강하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을 수 있고 단번에 벼락 스타가 될 수 있지만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 카리스마가 없는 나 같은 경우, 모든 역을 무난히 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호진이와 세 편의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는데 연기력이 나날이 향상된다. 노력하는 연기자다.” ‘민들레’에서 김호진의 어머니로 나오는 김영애의 평가처럼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줄 아는 지혜도 생겼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하는 ‘민들레’에서 검은 교복을 입은 김호진을 보고 촬영장인 마장중·상업고등학교 학생들이 “정말 고등학생 같다”고
모자로 나오는 김영애와 김호진.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뜻에 따라 검사가 되는 아들.
Who?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서울예술대학(구 서울예전) 영화학과를 전공하고 1991년 KBS 톱탤런트 선발대회에서 입상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KBS 미니시리즈 ‘희망’ 등 수십편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영화 ‘미스터 콘돔’에서 주연을 맡아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또 KBS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각종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했다.
■새아침극 '민들레' 내용
6일 오후, 경기 이천의 마장중·상업고교에서는 KBS가 17일부터 ‘누나의 거울’ 후속으로 방송할 새 TV소설 ‘민들레’(홍영희 극본, 전성홍 연출)의 4회분 촬영이 한창이다. “기집애가 살림이나 하지 학굔 가서 뭐혀?“ 극중 어머니 강해순 역을 맡은 김영애가 대학에 가겠다는 딸 정남(윤지숙)의 애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 있다.
김영애는 ‘파도’에 이어 또한번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강인한 어머니 역할을 맡았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헐렁한 꽃무늬 몸빼 바지, 억척스런 아낙네의 전형적 차림새다. 대본을 보고 내용이 너무나 맘에 들어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영애는 이동 중에도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고 대사를 외운다.
김영애가 맡은 역 ‘강해순’은 이름처럼 강인하다. 고향에서 새우젓 장사를 하다 석수장이인 남편 송주천(정동환)이 손을 다쳐 일을 못하게 되자 온 가족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와 온갖 궂은 일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한다. 아들이 기생 출신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자 아들 앞에서 양잿물을 마셔버리는 독한 면도 있다. 하지만 딸들의 불행 앞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전형적인 우리의 어머니다.
이 드라마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억척스런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그 그늘에서 제 뜻을 펴지 못하다 결국 어머니의 기질을 이어받아 제 갈 길을 찾는 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홍영희씨는 “민들레처럼 질기고 강인한 모성이 우리 사회의 근원”임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말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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