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20여일만에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남북한은 어떠한 이면합의도 도출하지 않았을까. 있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러한 관심은 이면합의가 공개합의서의 이행여부를 좌우해온 남북관계 특성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당연한 부분인지 모른다.남측 특사 박지원(朴智元)문화부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합의와 관련해 북측의 사전 요구조건은 없었다”며 “접촉에서 북한의 자세는 대단히 성실했다”고 말했다. 합의성사에 따른 반대급부 등을 규정한 이면합의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장관은 “의제와 관련해 얘기가 있었지만 준비접촉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비밀접촉에서 오고간 얘기를 다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대북지원과 관련, “전년에도 지원했기 때문에 인도적차원에서 고려할 방침”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를 배경으로 정상회담합의에 앞서 비료 등 대북지원, 장기수 송환 등의 사전합의가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남북간 이면합의의 예는 지난해 차관급회담을 위한 비공개접촉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전금철(全今哲)북측 특사는 합의문작성시“남측이 합의(비료지원)를 성실히 이행하면 우리도 이산가족문제를 통크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전특사는 하지만 이를 문서로 작성해주지 않고 말로 대신했다. 따라서 이면합의와 관련해서는 ‘상부의 뜻을 받든’ 양측 특사가 어떠한 구두합의를 이뤘는 지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양측 정상이 만나는 회담을 앞두고 구구하게 사전요구조건을 내걸며 흥정하는 모양새는 부자연스럽다는 반대 관측도 있다. 94년 핵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의 주선에 따라 무조건적인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된 것처럼 정상회담은 위기를 타개하고 한반도정세 전반의 전환을 꾀하는 큰 구도에 따른 것이지 국지적인 요구조건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결국 이면합의의 존재여부는 향후 2달간 진행될 준비접촉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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