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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방황끝 희망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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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방황끝 희망시작"

입력
2000.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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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첫 출장 안양전서 2골 1S‘처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제 불량감자가 아니다.’

9일 열린 대한화재컵 프로축구 조별리그 수원삼성_안양 LG의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수원의 이경우(23)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97년 프로데뷔 후 처음 선발 출전. 그러나 단 한번 찾아온 기회서 그는 2골 1어시스트를 기록, 순식간에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켰고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하던 프로축구계가 조심스럽게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경우의 활약에 수원은 조 선두를 달리던 안양의 발목을 잡고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경우는 이때까지 김호감독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누구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강릉농공고 시절인 94년 부산청룡기대회에서 약체팀 선수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득점상을 차지한 것 외에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김호감독의 눈에 들어 96년 11월 고졸신인으로 고종수와 함께 수원에 입단했다. 그러나 입단 2개월만에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던 청운의 꿈을 접을뻔 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와 헤어진 후 줄곧 몸저누워 있던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97년 1월 중국 등 해외전지훈련에 참가했지만 그의 마음은 몸과는 달리 고향집의 어머니에게 가 있었다.

뜻대로 운동이 되지 않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무작정 짐을 쌌다. 무단 이탈, 그리고 한 달여의 방황. 후회가 됐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이제 축구는 자기를 떠난듯 했다.

그때 수원 김호감독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번 더 기회를 줄테니 우선 군대에 다녀오라”는 것이었다. 97년 10월 경찰청에 입대했고 올 1월 다시 수원의 품으로 돌아왔다.

허물있는 자신을 반겨주는 선배들이 고마웠다. 행운도 따랐다. 주전들이 14명이나 부상하고 2진급주전들이 줄줄이 부상과 경고로 결장하자 9일 첫 출격 명령을 받은 것이다. 그는 “쉽게 차라. 빈공간으로 뛰어라.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아버지 같은’ 김호감독의 말을 경기내내 되내였고 결국 일을 냈다. 황선홍 서정원 등 부상선수의 일회용 대타쯤으로 여겨졌던 이경우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강릉영동초-강릉중-주문진수산공고(강릉농공고 3학년 때 전학)를 거친 이경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황)선홍이 형과 스타일이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선홍이 형을 능가하는 스트라이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중볼 처리는 뛰어나지만 수비수 등지는 동작과 돌파력은 아직 미완. 184㎝ 77㎏.

이경우의 별명은 불량감자. 그는 “어머니 건강도 회복되고 모든게 안정됐다. ”며 이제 ‘일등감자’가 되는 일만 남았다며 밝게 웃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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