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남들이 동물만화를 안 그려서 시도했는데, 안 그리는 이유가 있더군요”
동물 판타지 만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홀로 개척하고 있는 만화가 박영철(35)씨. 동물을 그리는 데 보통 만화보다 3배 이상 힘이 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디거’ ‘대박’ 등 동물을 주 소재로 삼으며 판타지의 세계를 그려내는 데는 만화 장르의 다양화를 위한 노력이 배여 있다.
3일 문화관광부와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는 2000년도 제1회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디거(deeger)’(㈜야컴)는 호랑이(tiger)와 사슴(deer) 사이에서 탄생한 변종 동물인 디거가 숲속에서 펼치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순수하면서 용맹한 디거가 숲속의 갖은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펼치는 모험을 때론 코믹하고, 때론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그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호랑이 같은 야수성과 사슴 같은 평온함이란 양면성을 디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8년초 첫 권 발행 이후 지난해 6권으로 완간된 ‘디거’는 그의 첫번째 장편 만화이다. 동물만화가 거의 없는 만화계에서 그의 생생한 동물 묘사는 인상적이다. 호랑이, 흑표범, 원숭이, 보아 뱀 등 동물들의 역동적인 모습은 사람들이 치고박는 액션 장면과 비교할 수 없는 생동감을 불러 일으킨다. 사진과 영화 등 여러가지 자료를 참조해 그렸지만 의외로 호랑이 사진이 거의 없어 호랑이 동작을 묘사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독특한 점은 그의 동물만화가 단순한 동물 모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종 동물의 부위를 변형·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동물 캐릭터를 창조해 판타지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디거’ 에서 이미 그 단초가 선보였다. 호랑이와 사슴을 조합한 디거를 비롯, 숲속을 지배하려는 괴물은 공룡을 변형시킨 캐릭터들이다.
디거를 끝내고 지난해 말부터 주간잡지 ‘센’(시공사)에 연재 중인 ‘대박’에서는 동물만화를 본격적인 SF판타지로 확장시켰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머리는 동물이고 몸은 사람. 늑대개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지닌 주인공 백야성이 과학문명을 앞세운 무리들과 싸우며 자연을 지켜 나간다는 내용이다. 그는 “학원 액션물, 섹스물이 너무 많은 만화계에 이런 만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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