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합시다.” 투표 포기는 주권포기와 같다. 그러나 역대 총선의 투표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15대 총선의 경우 63.9%였던 투표율이 이번 16대 총선에서는 6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10일자부터 이틀에 걸쳐 ‘투표합시다!’특집을 마련한다. 10일자에는 유권자 16인의 총선제언을 싣는다.고종수(22·프로축구 수원삼성선수)
처음 선거권을 행사하게 돼 설레는 기분이다. 정견과 공약은 물론 부적격 후보명단도 참고해 투표하겠다. 후배선수들에게도 꼭 투표를 하라고 말했다. 젊은 유권자들이 놀러갈 궁리만 하지 말고 투표 후 개인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총선 다음날 아시아클럽컵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사우디로 출국한다. 비행기 안에서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됐는지 확인하겠다.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치는 양심적인 인물들이 많이 뽑혀 정치도 축구만큼 인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김광규(金光圭·59·시인·한양대독문과 교수)
개인에 대한 정치권력의 억압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의회민주주의제도의 대표자를 잘 뽑아야 한다. ‘정치가 개판’이라고 포기하는 사람은 나중에 개에게 물리게 될지 모른다. 열몇 번의 투표경험을 통해 나는 당선후보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찍는 후보가 대개 낙선함으로써, 그 대항마가 누구인가 알기만 하면 된다. 비록 떨어질 것 같더라도, 최소한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정직한 사람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김성곤(金聖坤·38·신한증권 사이버마켓실장)
세상은 밀레니엄을 맞아 급격한 변혁의 물살을 타고 있지만 구시대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과거 속에 살고 있다. 선거판에 난무하는 지역감정과 당리당략, 상호비방을 바라보며 이들이 과연 이 시대 한국, 한국인을 어떻게 보는지 울화가 치민다. 최선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 , ‘차차선’을 찾아서라도 한 표를 행사해 구시대 정치인들의 퇴장에 일조하고 싶다. 디지털시대에는 역사의식과 역량이 중요한 잣대다. 성장가능성이 있는 젊은 역량가를 뽑고 싶다.
김성수(金成洙·70·대한성공회 주교)
새천년이 석 달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정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번 선거에서 그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보다 나라를 걱정하는 일꾼을 만나보고 싶다. 윤리와 도덕이 망각된 상황에서 그것을 올곧게 지켜내는 참으로 깨끗한 사람이 국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사람을 뽑는 권리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나. 내 한 표가 이런 인물을 뽑는 데 일조하기 바란다.
김영애(金英愛·49·탤런트)
우리 정치는 드라마보다 더 허구적이다. 정치는 정직하고 진실돼야 한다. 정치를 진실되게 만드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바쁘더라도 투표를 해왔고 이번에도 참여하겠다. 정치에 대한 욕은 쉽게 할 수 있다. 정치를 정직하게 만들려면 욕하기에 앞서 투표장에 가야 한다. 말만 번지르한 사람보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 대사 한 줄에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처럼 하나의 공약을 내걸더라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을 찍겠다.
김태완(金泰完·40·신한은행 서교동지점 PB센터실장)
세상이 다 바뀌어도 요지부동인 곳이 있다. 바로 정치고 정치인이다. 모처럼 시민에 의한 선거혁명을 기대했지만 도처에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건전한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의정성적표나 참여연대의 낙선자명단도 신중히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당적을 마음대로 옮기는 사람, 평소 지역구를 외면하다 선거때만 되면 나타나는 사람은 절대 찍지 않겠다.
김호석(金鎬석·43·수묵화가)
더욱 깊어진 정치혐오증, 그 속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선거전…. 그러나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군사문화가 안겨 준 상처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싸워 얻은 미완의 유산이기도 하다. 역사에서 소멸되지 않을 영원한 정치세력은 오직 우리 민초뿐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또 한 번 선택하겠다. 정치입문의 동기가 분명한 사람, 외로워도 참고 견딜 줄 아는 사람, 대중적 인지도가 아니라 지적 위엄이 큰 사람, 미래가 들어설 여백을 가진 사람을 뽑겠다.
도희윤(都希侖·33·공선협 사무차장)
이번 총선은 새 천년 첫 선거이다. 선거결과는 21세기 한국정치의 방향을 가름하게 된다. 지금까지 정치현실을 개탄하면서도 투표로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새 시대의 주인공인 젊은 세대가 투표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번만큼은 부정부패한 후보가 발디딜 수 없게 해야 한다. 나는 능력이 있더라도 물질적으로 타락한 후보는 절대 찍지 않겠다. 주민을 위해 실현 가능한 공약을 내세우는 패기있는 인사를 선택하겠다.
박석운(朴錫運·45·노동인권회관 소장)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지역색과 저질 폭로가 판치는 가장 혼탁한 선거, 좋은 후보가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뽑는 판이 됐다. 그래도 투표를 한다. 나의 한 표가 쾌적한 노동생활을 위한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진보-보수정치 양립시대’가 등장하느냐의 갈림길이다. 그래서 서민대중에게는 당선가능성을 떠나 진보적인 후보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의 득표율은 고용안정의 보루이며, 미래의 희망이다.
은방희(殷芳姬·67·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
투표는 민주시민의 권리이며 의무이다. 정치인의 행태에 회의를 느껴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비판의식이 있는 유권자라면 오히려 더 열심히 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우선 전과가 없는 사람을 뽑겠다. 아무리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평소의 생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인격을 먼저 판단한 뒤 정치적 소신과 국가관을 평가하겠다. 물론 여성후보가 있다면 다른 후보에 의해 크게 능력이 뒤지지 않는한 우선적으로 선택하겠다.
이동주(李東柱·38·현대자동차 과장)
‘정치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정치인을 뽑기 위해 유권자 한 사람으로 권리를 행사하겠다. 이번 선거는 특히 과거 선거와 전혀 다르다. 21세기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중차대한 선거이므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말을 아낄 줄 아는 후보, 거짓말하지 않고 도덕적이며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후보를 선택하겠다. 후보의 경력을 꼼꼼이 보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대상과 납세공개, 평소 의정활동을 참고해 판단하겠다.
채수삼(蔡洙三·57·금강기획 사장)
선거는 올림픽경기와 같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갈채를 받는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는 후보는 물론 유권자들도 선수로 참여하는 것과 같다. 후보자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더라도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그 다음 당선자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때문에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꼭 참가해야 한다. ‘애국자’에게 투표할 생각이다.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채수연(蔡洙연·56·한국교총 사무총장·한영고 교사)
OECD회원국 중 교원의 정치참여가 봉쇄된 나라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색무취한 정책으로 일관해온 여야 정당에 일침을 가해야 한다. 교사들에게는 투표가 중요하다. 교육을 황폐화시킨 정치인을 심판하고, 교육에 전향적인 생각을 가진 후보를 뽑아야 한다. ‘제네럴리스트’보다 전문가를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의 다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국회가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판단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하권익(河權益·60·삼성서울병원장)
투표는 우리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행사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다. 선거 참여는 내가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인임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 간이 될 것이다. 비롯 헛구호와 불법이 난무하는 혼탁한 선거일망정 투표를 하지 않거나 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절대 안된다. 반드시 투표를 하되 한 번 더 심사숙고한 후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지조없는 떠돌이정치인이나 비리연루자, 사욕이 있는 인물은 배격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뽑자.
허민(許民·24·서울대 총학생회장·응용화학 4)
정치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은 지연 학연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은 가장 공정한 집단이며 정치문화의 변화를 주도할 책임이 있다. 적극적인 참여로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젊기 때문에 야권을 지지한다는 단순논리를 접고 유권자를 ‘행복’하게 해줄 후보가 누군지 따질 것이다. 나의 관심분야는 문화운동이다. 각양 각층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후보가 정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
황상현(黃翔鉉·35·변호사)
나의 투표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민의를 왜곡하는 정치인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또 이번 선거는 대통령과 야당총재에 대한 중간평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훗날 딸에게 지금의 정치를 말해줄 때 “아빠는 그때 뭐했어요”라는 물음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투표할 것이다. 청렴성, 전문성, 진보성이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 이번 선거에서 뇌물사범은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 그리고 법률에 대한 기본소양을 갖춘 각 분야의 전문가가 당선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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