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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씨 에세이집 '내 안에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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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씨 에세이집 '내 안에 남자가...'

입력
200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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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장편소설 ‘시간은 미래로 흐르는가’를 매주 수요일 주간연재하고 있는 소설가 배수아(35)씨가 ‘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쓴 에세이집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이룸 발행)를 냈다.배씨는 거침이 없다는 표현이 들어맞는 인상의 작가다. 글쓰기에서도 역시 이른바 정통적인 소설문법으로 보면 파격적인 작품들로 새로운 세기 문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소설가다. 그는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에 실린 27편의 에세이에서 ‘몸’이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음습하게 여겨지는 주제를 붙들고 탐구했다.

신문의 가십란에서도 등장하기 힘들 우리 사회의 몸에 얽힌 갖가지 풍속도가 드러나는가 하면, 이런 사회상을 바탕으로 몸에 관한 깊이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펼쳐보인다.

우리 시대 몸이란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다른 단어는 아마 욕망일 것이다. 배씨는 “몸이 사라진다면 욕망도 사라질 것이다… 욕망이 사라지는 그 순간, 생각하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왜냐 하면 욕망과 함께 영원한 내 친구였던 내 몸과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하지 못했던 나를 언제나 변명해 주었던 나의 아이덴티티, 에고가 사라져 버리고 사람들이 의미있게 생각하는 영혼도 날아가고 내 은밀한 부끄러움, 수치심이나 죄의식도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여자의 가슴, 다이어트, 페티시즘, 관음증, 나르시시즘, 도착증, 동성애와 매춘, 변태, 시체, 육식의 문제까지 몸에 얽힌 갖가지 현상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며, 문학적·철학적 텍스트들로부터 해석을 이끌어내고, 다시 자신만의 결론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배씨는 금기시하면서도, 오히려 그 금기 때문에 이면에서는 몸에 대한 욕망에 중독돼있는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 비판의 토대는 ‘상상력’이다. “사람들은 제도권 안의 사고방식의 사람들이든지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든지 모두가 다 광적으로 섹스에 중독되어 있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건전해야 한다, 음란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했다, 너는 어떻게 했니, 너는 그만큼 노골적이니, 나는 그보다 더해 보이겠어 등등 참 싫증나는 일이다. 그것 말고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의사 소통이 존재하는가… 상상력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참 많이 피곤하다.

상상력이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책에 함께 실린 20세기 전반의 사진작가 만 레이의 사진들도 배씨 글의 분위기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촉발시킨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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