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일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양봉민교수의 시론에 대해 40대 중반의 의사로서 몇가지 할 말이 있다.첫째 ‘의약분업은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만든 제도’라는 양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제도가 막연히 약물의 남·오용을 막을 수 있는 선진제도라는 광고만 되풀이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예상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감대형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둘째 양교수는 선진제도라는 논리로 의약분업을 주장했다. 맞는 이야기다. 우리보다 국력이 떨어지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의약분업을 시행중이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과거 서양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의료관행이 서양화한 것 뿐이다.
결국 의약분업이라는 의료제도의 시행에 있어서는 국민들의 의료관행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의료관행이 과연 선진화 또는 서양화한 상태인가. 다수의 국민은 아직 병원보다는 약국을 먼저 찾고 있다.
셋째 양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려는 의약분업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이므로 당장 완전한 분업안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先)시행 후(後)보완’이라는 정부논리와 일치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이 제도의 실험대상이 되어도 좋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럴 정도로 국민건강이 하찮은 것이란 말인가. 국민을 실험대상쯤으로 여기는 분들이 의약분업안 마련에 참여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분업안이 나오지 못한 것이란 생각이다.
넷째 양교수는 ‘약은 곧 독’이라고 했다. 약물의 오·남용은 아주 위험하다는 뜻이다. 양교수의 말처럼 약물 오·남용을 막는 것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면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살 수 있는 약이 지금처럼 42%나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섯째 의약분업이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개혁이라면 결과가 좋아야 한다. 이번처럼 개혁을 빌미로 개악을 해버려서는 안된다.
그래서 우리 의사들은 주장한다.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약품분류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하며 의료관행을 바꿀 수 있는 의료전달 체계를 확립할 것을. 이런 조건들이 충족될 때 진정한 의약분업이 실현될 수 있다.
양교수는 대다수 의사들의 생각을 대변해서 전달한 이같은 주장과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견해를 밝혀주기 바란다.
/강형윤·제주도 의권쟁취투쟁위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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