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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13) 진료소 폐쇄 "아프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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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13) 진료소 폐쇄 "아프면 어디로…"

입력
200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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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진료소는 국가 의료 전달체계의 ‘실핏줄’이다. 최근 의료계의 집단휴진처럼 비상사태 때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된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 민간의료기관보다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통한 예방적 보건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방보건조직을 무차별 폐쇄하는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경남 진주시 수곡면. 1969년 남강댐 건설로 진양호가 생긴이래 경제 개발에서 철저히 소외된 주민 500여명은 최근 정부에 청원서를 냈다. 20여년동안 자매 대우 대각 월계리 등 4개 부락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온 자매보건진료소가 올해 초 폐쇄됐기 때문이다.

주민대표 강도권(姜道權)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진료소는 도시에 나가있는 아들 딸보다 효자노릇을 해왔습니다. 휴일에도 급하면 밤이든 새벽이든 찾아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주민들 몰래 없앴습니다.”

의원을 가려면 3시간 이상 나가야 하는데다, 대부분이 60대이상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게 자매보건진료소는 ‘보배’였다. 10년이 넘게 주민곁을 떠나지 않은 베테랑 여성 보건진료원은 언제나 ‘선생님’으로 통했다. 진주시는 그러나 1명의 공무원수를 줄이기 위해 주민 의견 수렴절차 한번 거치지 않고 보건진료소를 없앴다. 자매리 주민 박주석(朴周錫)씨는 “늙고 병든 주민들에게서 진료소를 빼앗는 게 무슨 지방자치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수곡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정부가 1998년 6월과 지난해 6월 등 2차례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무려 164곳의 공공보건기관이 문을 닫았다. 리(里)단위에 설치된 보건진료소의 경우 118곳이 폐쇄됐고, 읍·면지역 보건지소 44곳, 시·군·구당 1곳씩 있는 보건소는 2곳이 각각 없어졌다. 앞으로도 대구 인천 강원지역 보건진료소 15곳이 추가 폐쇄될 예정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은 의료보험 확대로 공공의료기관의 이용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인권단체들은 “한사람 한사람의 건강권을 통계숫자로만 보는 무지한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의 90%이상이 노인 등 보건의료 취약계층인데 민간의료기관 이용을 언급하는 것부터가 전형적인 관료주의라는 것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梁奉玟)교수는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으로 국가에게 마지막 책임이 있다”며 “취약 계층으로부터 공공의료서비스를 박탈하는 보건조직 개편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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