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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씨 첫 산문집 '우연히 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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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씨 첫 산문집 '우연히 내...' 출간

입력
200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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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39)씨가 등단한지 8년만에 첫 산문집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사회평론 발행)를 냈다. 그는 지난해 9월 강원도 속초로 내려가 살고 있다. 1992년 ‘속초에서’라는 시를 발표하고 등단했던 것이 우연으로 느껴지지 않는다.이번 산문집에도 속초에 관한 글이 있다. ‘물치에 내려 비릿한 바다내음을 맡을 때 왜 그리 가슴이 뛰던지… 그 순간 난 마음을 정했다’며 최씨는 속초를 ‘나의 바다‘라 표현하고 있다. 이 글에서 그는 ‘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으며 어떤 것으로부터도 도망치지 않는다’는 희랍인 조르바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사실 오랜만에 서울에 나타난 그는 서울과 서울생활이 싫어 속초로 도망치듯이 떠난듯 했다.

그 서울이 싫은 이유가 이번 산문집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마 서울은 그에게는 ‘오해’와 ‘뒷말’과 ‘부대낌’이라는 말들의 다른 표현이다. 시인이 시로써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을 개인적 삶의 깊은 속내가 산문의 형식을 빌어 솔직하고도 생생하게 고백돼있다.

무엇보다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년)가 가져왔던 세간의 엄청난 센세이셔널리즘과 오해에서 비롯된 피로가 무거워 보인다. “내가 아무리 싫다고 고개를 저어도 죽을 때까지 내 이름 석자에 ‘서른’과 ‘잔치’가 따라다니리라는 걸 나는 안다”.

산문집은 그가 1993년 등단한 직후 썼던 ‘등단소감’으로부터 이처럼 시집 ‘서른…’에 얽혔던 갖가지 오해와 비난들,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물은 글 등이 1부로 묶였다. 2부는 화가 박수근과 영화 ‘꽃잎’‘일 포스티노’ 등에 대한 문화시평 성격의 글들, 3부는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삼십세’, 레비-스토로스와 박남준 시인 등의 책에 대한 서평을 묶었다.

책의 맨 첫머리에 실린 ‘아버지’라는 글은 단편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흥미롭고, 말미에는 ‘나를 일으켜세운 한 마디’에 관한 잡지사의 청탁을 받고 팔을 다친 필자 대신 그의 어머니(65)가 쓴 글이실려있는 점도 눈에 띈다. 요즘은 386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이들, 1980년대라는 한 시대를 젊은이로 살았던 딸을 둔 부모의 심정이 솔직하게 느껴지는 글이다.

손목 인대를 다치는 통에 병원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해말 겨우 따낸 운전면허 솜씨로 속초에서 차를 끌고 힘겹게 서울로 왔다는 최씨는 새삼 강조했다. “작가는 오직 독자들이 글로써 자신을 읽어주기를 바랍니다”.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이런 그의 심정을 솔직히 읽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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