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터넷·통신·기술주 투자붐은 몰락이 예고된 폰지 피라미드일 뿐이다.”세계 신흥시장권의 자금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줄리안 로버트슨(67)은 최근 산하 6개 펀드를 청산한 후에도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불과 18개월전 운용자산 220억달러로 세계 최대 헤지펀드를 운영하던 그의 항변은 이른바 테크노열풍에 밀린 굴뚝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 하다.
사실 그는 저평가된 전통 우량주에 매달리다 화를 자초했다. 라이벌 조지 소로스가 첨단기술주로 옮겨 수성한 반면 그는 믿었던 유에스에어 등이 폭락하면서 연속적인 손실을 기록, 투자자들의 환매요구로 손을 들고 말았다. 소로스측도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폴 크루그먼 미 MIT대 교수는 “타이거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고통을 이용하거나 촉발하는 것을 통해 성공을 거둬온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동정론을 차단했다.
로버트슨은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에 걸맞게 1980년 타이거 매니지먼트 설립후 20년간 연평균 25%의 수익률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로버트슨이 투자인생을 시작한 곳은 뉴욕의 키더 피바디사. 주식중개인과 펀드매니저로 20년을 보낸 그는 개인재산 200만달러와 외부 투자금 600만달러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세웠다. 그는 1980년대말 발빠르게 투자한 유럽 주식이 베를린 장벽붕괴후 급등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뒤이어 부동산가격 폭등에 편승하던 일본 증시의 붕괴를 정확히 예측, 순항을 거듭했다. 그는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거시경제흐름에 기초한 외환 및 상품 선물거래 비중을 높였다.
그는 비록 창업후 18년간 쌓은 명성을 투자판단 잘못으로 18개월만에 날렸지만 여전히 10억달러이상의 자산가다. 즉 여전히 ‘월가의 큰 손’이다. 최근 뚜렷이 전개되는 ‘고평가 첨단기술주 이탈- 저평가 우량주 치중’현상은 그의 재기 가능성을 한층 밝게해준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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