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 등록, 내년 나스닥 상장.” 국내 벤처기업들이 기업설명회를 열 때마다 사탕발림으로 내놓은 ‘뻥튀기 메뉴’다. 하지만 이제 이 ‘무지개’를 믿는 투자자는 국내에서 조차 아무도 없다.투자자들의 신뢰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미국 나스닥에서 조차 “글로벌 비즈니스 플랜이 없는 한국 벤처기업은 노(No)”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저마다 실리콘밸리 지사 설립과 해외 투자, 대규모 수출을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몇몇 중견 벤처기업 뿐이다.
여전히 우리 인터넷 기업들은 서울 테헤란로의 골목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등 외국의 경쟁기업들이 앞다퉈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은 지금까지 단순수출이나 현지판매대행, 아시아지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에 그쳤다. 지분공유를 통한 해외업체 인수합병이나 글로벌 네트워크 구성, 해외투자 등에 인색할 뿐 아니라 글로벌 마켓 정보도 부족하다.
중소기업청과 벤처연구소의 조사 결과 실질적인 해외진출을 말해주는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전체 벤처기업의 10%에도 못미치는 93개 기업에 액수로는 평균 235만달러에 불과했다.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평균 3.4%에 불과하다. 일본 미국의 벤처자금이 국내로 몰려들고 있지만 해외로 진출한 국내 벤처캐피털은 한 곳도 없다.
미국의 벤처투자사 블럼버그벤처캐피털의 블럼버그 사장은 “한국 벤처들은 처음에 기술과 아이디어 하나로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덤벼드는 경향이 있다”며 “나스닥에 상장되는 많은 기업들의 성공포인트는 기술보다는 경영과 해외마케팅에 있으며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만한 전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마켓에 관해 한국 벤처들이 참고할 모델로 이스라엘의 벤처기업들을 들었다. 이스라엘 기업들은 우선 글로벌 마켓을 목표로 상품을 만들고 사업을 구상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입지가 확보되면 나스닥에 상장한다.
우리 벤처기업 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동업’과 ‘지분교환’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한국벤처의 경우 전체 주식의 71% 이상을 창업자와 임직원들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벤처창업 컨설팅 회사인 미국 SEC와 SVF사를 운영하고 있는 코넬대 존 네샤임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만 통하는 아이디어와 기술, 시장성을 갖고는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며 “벤처 비즈니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는 글로벌 마켓에서의 파트너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한다면 그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젠 ‘국내 최초’를 외치며 기술과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애닐 가드레 부사장은 후배 벤처기업가들이 배워야할 경영 노하우를 이렇게 말한다.“집중하라(Focus), 최고의 인재를 구하라(Hire The Best People), 크게 생각하라(Think Big).”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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