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과로 유명한 ‘과줄’마을인 강원 강릉시 사천면 일대 마을들은 7일 전쟁터로 변해버렸다.논바닥에는 급히 내놓은 엘피(LP)가스통과 냉장고, 장롱, 옷가지가 즐비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모두 집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피한 채 불길이 잡히기만을 기다렸다. 집이 몽땅 불타버린 채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판교1리 김병도(63)씨는 “손 쓸 사이도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이날 화재로 오전 11시7분께 석촌1리에서 간암으로 거동이 불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최은주(47·여)씨가 불에 타 숨졌으며 낮12시40분께는 판교리의 신동일(36)씨가 화상을 입고 강릉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중태다.
강원도청은 주민 6,000여명에 대해 대피령이 내리고 미오리 및 석교1리 마을회관에 임시대피처를 마련했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주민들의 집결이 늦어지고 있다. 불길은 현재 해안으로 계속 번져가고 있어 경포-주문진 간 해안도로 일부구간의 교통이 통제됐다.
사천면 미노리 노인회관의 임시대피소에 수용된 민복희(88·여)할머니는 “매캐한 연기가 이상해 오전 10시께 집밖에 나와보니 이미 불이 집주위를 에워싸 손가방 하나만 들고 무조건 내달렸다”고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사천초등학교에 대피한 최혜연(14·사천중 2)양은 “지난 98년 산불로 집이 모두 불에 타 학교에서 성금까지 거둬줬는데 또 집이 불타버렸다”며 울먹였다. 이 지역은 98년 3월에도 산불로 산림 350㏊가 불에 타고 주택 등 66채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용식기자
jaw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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