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대부속병원장 이기섭 박사18년간 오지만 찾아다니며 진료하는 미수(米壽)의 ‘허 준’.
1961년 이화여대 부속병원 원장을 그만두고 낙향한 이기섭(李基燮·88·강원 속초시 동명동)박사가 주인공. 70, 80년대를 속초보건소와 속초의료원에서 보낸 이 박사는 1982년 의료원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오지를 찾아가는 왕진을 하고 있다.
이 박사가 오지마을 진료활동에 나서게 된 것은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오지마을 구충제거 작업시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사람을 목격하고서부터. 이때부터 지금까지 이 박사는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 없이 왕진가방을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이 박사가 찾아가는 곳은 설악산 자락에 파묻혀 있는 대표적 오지마을인 양양군 서면의 서림리와 황이리, 갈천리, 영덕리 등 4개마을.
승용차가 없어 버스를 두번 갈아타야 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떤 곳이든 갈 수 있고 가야한다는 것”이 이 박사의 생각이다.
이곳을 찾은 지 17년째되는 지금 이 지역은 180가구 6백여명의 주민 가운데 이 박사의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며 매주 목요일 이 박사의 진료가 있는 서림 보건진료소에는 마을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진료소 여직원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을 진료하고 처방전도 써주며 필요하면 손수 가져간 약도 지어준다.
주민 이성영(83·양양군 서면 서림리)씨는 “나이도 잊은 채 마을을 꼬박꼬박 찾아주는 이 박사의 성의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워 했다.
산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 설악산악연맹의 고문으로 지금도 설악산을 자주 찾는 이 박사는 속초정착 초기인 60년대 초부터 설악산 산행을 시작, 현재의 설악산 등산로 대부분을 손수 개척한 산악인으로도 유명하다.
/속초=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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