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가축 수백마리 타죽어정확히 4년 만이다.
숯덩이로 변했던 산이 인공조림으로 새싹을 키우고, 산새들도 하나둘 찾아와 옛모습이 조금씩 살아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화마가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들어버렸다.
간신히 몸을 피한 주민들은 할말을 잃은 채 불길과 검은 연기로 뒤덮인 하늘만 망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4년전 불로 검은 잔해로 남아있던 나무들은 이번 불로 아예 흰 재로 변했다. 이 나무들은 건조기후에 마를대로 말라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폐허위에 심어졌던 5-8년생 어린 소나무 묘목들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그대로 숯덩이가 됐다.
96년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운봉마을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화마에 당했다. 당시 불탄 집들은 적벽돌로 새로지어 일부 화를 면하기도 했으나, 거꾸로 그 때 화를 면했던 구가옥들이 이번에는 거의 전소됐다.
자식처럼 아끼던 4년생 암소와 5개월 된 송아지를 잃은 이 마을 김영진(64)씨는 “불길이 워낙 급하게 덮쳐 암소를 풀어줬지만 새끼가 있어서인지 도망치지도 않고 새끼와 함께 타죽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마을의 집들은 물론 축사, 창고 등이 곳곳에서 연기를 뿜어냈고 경운기, 트랙터 등도 여기저기 그을리고 녹아내린 모습으로 뒹굴었다.
주민들은 “불이 그나마 쌀 수백가마가 보관돼 있던 창고를 비켜간 것만 해도 큰 다행”이라고 서로를 달랬다. 인근 죽왕면 삼포1리의 이정근(39)씨는 3년전부터 사육해온 개 170마리를 몽땅 잃은 뒤 아예 넋이 나갔다.
주민들은 특히 이번 불도 4년전과 마찬가지로 군부대에서 연유했다는 당국의 발표에 분통을 터뜨렸다.
운봉마을 이장 조세운(58)씨는 “4년전 군 사격장에서 난 불로 평생 호강 한번 못하고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날렸는데 이번에도 또 군부대의 쓰레기소각장이 원인이란 말이냐”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