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벤처기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았던 이야기들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희망이다. 벤처기업을 육성하면 경제는 한 단계 올라서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세금으로 적극 지원했지만, 결국 일부 벤처기업인들의 사익만을 채워준 꼴이 됐다. 국민이 돈을 모아 그들의 입에 넣어준 셈이다.
국세청은 정부 지원자금 유용혐의가 있는 18개 벤처기업을 조사, 14개 업체에 대해서는 법인세 등 57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2개사는 해외도피중이고, 2개사는 조사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중에는 코스닥에 등록된 업체가 3곳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들 벤처기업은 벤처의 특성인 창의성과 순발력을 기술개발보다는 자금 빼돌리기와 탈세 등에 유감없이 발휘, 국민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을 배가 시키고 있다.
그 수법은 일반 기업을 뺨칠 정도다.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과 재테크 및 회사채무 상환으로의 전용은 기본이고, 어느 대학총장의 직인을 위조해 자금지원을 받은 뒤 고의 부도를 내고 가족과 함께 해외로 도피한 경우도 있다.
정부도 책임이 적지 않다. 정부가 모든 벤처기업에 대해 자금 유용 및 탈세 여부 등을 일일이 점검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처음 지원 대상 선정단계에서 더 신중하고 면밀히 따져야 했지만, 언제까지 몇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에 발목이 잡힌 경우가 많았다.
벤처와 전혀 관계없는 중소기업이 ‘벤처식’으로 사업계획서를 꾸미니까 자금이 나왔다는 숫자 채우기식도 적지 않았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전혀 맞지않는 아날로그 행정이 자초한 결과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인들의 자세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기술개발보다는 지원자금을 밑천으로 머니게임에만 열중하거나, 호화 유흥업소를 빈번하게 드나들고, 수입 고급 승용차를 굴리며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벤처기업인들은 왜 우리 사회에서 ‘반(反) 벤처정서’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기술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고, 이런 기업들로 해서 우리 벤처산업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사태로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진짜 벤처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까 우려된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더욱 강화하되, 사이비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에 지원된 자금은 국민이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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