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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킹메이커' 파블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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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킹메이커' 파블롭스키

입력
2000.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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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블라디미르 푸틴이 일약 러시아 대통령으로 떠오른 이면에는 글렙 파블롭스키(49)라는 걸출한 선거전략가가 있었다.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한때 ‘반란자’에서 ‘권력의 그림자’로 부상한 그를 ‘러시아의 딕 모리스’ ‘대통령 제조기’라고 소개했다.

모리스는 전문 선거기획가로서 빌 클린턴을 비롯, 역대 미 대통령을 창출해낸 미국의 대표적인 ‘킹 메이커’이다.

타임에 따르면 파블롭스키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재임 때인 지난해 8월부터 ‘옐친 사임 시나리오’를 기획하는 등 푸틴 정권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무명의 스파이 출신 관료인 푸틴을 발굴, 옐친에게 추천했고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삼는 대신 옐친의 향후 신변보장을 책임지는 ‘빅딜’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푸틴당‘으로 통하는 단합당을 급조,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푸틴에게 정치적 발판을 제공했다.

그의 지략은 대선전에서 더욱 빛났다. 그가 운영하는 ‘효율적인 정치를 위한 기금’이라는 선거기획사는 러시아의 정치 사정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인터넷 유세’를 펼쳤다.

러시아의 네티즌은 기껏 수백만명에 불과했으나 대부분이 엘리트 오피니언 리더라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그가 운영한 수많은 웹사이트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온갖 블랙메일을 쏟아냈다.

옐친의 정적이던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넷 사이트(lujkov.ru)에서 엉뚱하게 자신에 대한 악성루머가 판을 치자 선거 막판에는 손을 들고 푸틴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타임은 러시아 선거가 크렘린이나 올리가르히(과두재벌)가 아닌 전문 선거꾼에 의해 기획된 사실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고 평했다.

파블롭스키의 이력은 이채롭다. 유대계 밀집지인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반체제 그룹을 조직, 체 게바라 등 급진적 혁명가를 추종하며 반소비에트 운동을 벌였다. 이로인해 3년간 유배형을 받기도 했다.

고르바초프 시절 모스크바로 온 그는 선거꾼으로 돌변했다. 치밀한 유권자 심리분석 등으로 명성을 쌓은 그는 결국 자신의 머리 하나로 권력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그의 사무실은 선거 기술을 배우려는 중앙아시아의 권력자들 뿐아니라 크렘린 실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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