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차관보가 참석키로 돼 있었으나 내가 김성훈 장관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 장관이 참석하게 됐습니다.…”(자민련 이완구 후보)“잠깐! 그런 발언은 선거법 위반으로 알고 있는데 현역의원이라고 법을 위반해도 되는 겁니까.…” (민주당 박호순 후보)
2일 의사 구제역 현지대책회의가 열린 충남 홍성군청 회의실. 불안한 표정으로 귀 기울이던 축산농민과 농민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후보들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공방에 야유를 퍼부었다. “초상집에서 낯간지러운 공치사를 늘어놓고 언성을 높여 말싸움이나 벌이는 자들이 자식같은 소를 도살한 농민의 심정을 짐작이나 하겠느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으나 ‘쇠귀에 경읽기’였다.
후보들은 3일 한술 더 떠 사태를 선거전략에 본격 이용하기 시작했다. 박후보측은 “서영훈 대표가 현지를 방문, 구제역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중앙당에 건의하는 한편 “정부에서 교부세 5억원을 신속히 지원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홍보했다.
한나라당 홍문표 후보측은 오후4시 이회창 총재가 참석예정이었던 정당연설회를 취소했으나 전날에 이어 발병 현장 근처를 다시 방문했다.
그는 구제역 사태의 확산을 막지못한 정부와 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후보측도 6일로 예정된 정당연설회는 취소했으나 대신 김종필 명예총재와 함께 발병 현장을 방문할 일정을 세웠다.
후보들을 지켜보면서 “대만 구제역사태가 급속히 악화한데는 정치인들이 발병 현장을 들락거린 것도 큰 요인이었다”는 김장관의 대책회의 발언이 더욱 실감났다.
홍성=전성우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