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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애국심에만 호소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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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애국심에만 호소해선 안된다

입력
2000.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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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준 민원인은 벤처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인데 사이버 경찰관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국가를 위해 뜻있는 일 하고자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여러 가지 문의중 보수문제를 설명하는데 갑자기“예, 정말입니까”하고는 말이 없다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전화를 끊는 것이었다. 사이버범죄에 대비한 훌륭한 수사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놓쳤다는 안타까움이 하루종일 가시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우 경찰에 대한 지원은 SOC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생활 속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나아가 맑은 공직사회 조성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은 어떠한 SOC 투자보다도 고효율의 투자라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문화생활이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편안한 일상의 전제가 되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점차 전문화가 요구되고 또 그렇게 되어 가는 경찰활동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비단 사이버 경찰관 뿐만 아니라 모든 경찰관이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찰관 모두가 치안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는 적정한 보수가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근래 경찰은 그동안의 낡은 의식 제도 관행을 떨쳐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통한 자율체제를 정착시켜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내부개혁의 생활화와 제도화를 위해서도 국민적 합의에 의한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경찰은 24시간 근무체제와 휴일 명절 비상근무 등으로 노동강도와 위험성이 타 직종에 비해 현저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수당이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어‘박봉과 열악한 근무여건’이라는 용어가 경찰에게 고유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남다른 애국심에 의존해서는 준비된 우수한 치안전문가를 많이 확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이진구 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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