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어떠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꼭 지난 신문을 뒤적거려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1980년대 암울했던 우리 시대, 그러나 그것을 부수기 위한 세찬 움직임이 있었던 하나의 상징으로 고(故) 김남주의 시와 안치환의 노래가 있다.‘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진 녹두꽃이 되자 하네’(‘노래’·김경주 작곡),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함께가자 우리 이길을’·변재원 작곡),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따스워지는 햇살이’(‘저 창살에 햇살이’·안치환 작곡).
김남주의 시는 선동적일 땐 더없이 격렬하다가도, 때론 소녀 수첩 속에 곱게 적어 두면 좋을 만큼 곱기도 하다. 안치환은 그런 그의 시가 좋아 ‘저 창살에 햇살이’에 곡을 붙인 이후 ‘자유’ ‘지는 잎새 쌓이거든’ ‘돌멩이 하나’ 등 많은 시에 곡을 붙였다.
안치환이 1980년대 다른 작곡가에 의해 곡이 붙여진 두 곡, 김시인의 육성 시낭송 두 곡 ‘똥파리와 인간’ ‘이 가을에 나는’, 그리고 자작곡 9곡을 모아 6.5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을 냈다. “힘들고 지쳤을 때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불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깨달음이었다” 안치환에게 김남주의 시는 그런 것이었다.
벤처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출연하고, ‘내가 만일’으로 여성팬까지도 확보하고 있는 안치환. 그의 6.5집은 단순히 고 김남주 시인에 대한 헌정 음반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아직은 변할 수 없는 그의 정신적 지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픈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음반 발매와 함께 같은 제목의 공연도 마련된다. 4-9일 연강홀. 공연장에서
그는 때로 작게 읊조리는 소년이었다 격렬하게 폭발하는 로커가 된다. 6.5집 수록곡과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당당하게’ 등도 함께 부를 예정. 공연 문의는 (02)3272-2334, 안치환 이메일 주소는 an-free@yahoo.co.kr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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