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6월 17일 런던 얼스코트공연장. 사회를 맡은 개리 요드먼이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카메라 플래쉬도 안되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도 말고. 자 이제 준비됐나요? 아직 부족해요 준비됐나요.”어느 공연장에나 있을 사회의 한바탕 잔소리가 끝나고 나면 웅장한 기타 사운드가 귀를 때린다. 치밀하고, 거칠고, 냉소적이고, 몰아치는 듯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세계로 이제 들어 온 것이다.핑크 플로이드를 빼고 1980년대 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을 이야기하면서 ‘더 월(The Wall)’을 빼놓을 수 있을까. 그들 이후 록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이미 그들이 정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1980, 1981년 LA 스포츠 경기장, 뉴욕 낫소 대극장, 독일 도르트문트의 베스트팔렌 홀, 런던의 얼스코트 등 4개 도시에서 31회에 걸쳐 행해진 공연의 실황 음반인 ‘Is There Anybody There? The Wall Live 1980_1981’(EMI)이 발매됐다. 공연이 있은 지 20년 만에 나온 앨범. 1988년 베를린장벽 붕괴 후 가졌던 ‘The Wall’ 공연의 라이브 앨범은 나와 있지만 1980, 1981년 공연 실황은 영화 앨런 파커의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부분적으로만 소개됐었다.
당시 핑크 플로이드의 공연은 그야말로 ‘퍼포먼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치밀하게 구성된 화려하고 기괴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오페라였다. 멤버들의 갈등은 극에 달했었다. 리더 로저 워터스의 한치도 양보없는 고집 때문에 데이비드 길모어, 릭 라이트는 이미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닉 매이슨 역시 음반을 준비중이었다. 리더 로저는 그러나 제 마음대로 치밀하게 밀어 부쳤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한 마음이었을까, 혹은 ‘너에겐 질 수 없다’는 경쟁심 때문이었을까.
음반은 실황음반의 장점인 현장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결코 ‘오버’하지 않는 절제되고 완벽한 사운드로 충실하다. 아기 울음, 아이들 외침 같은 효과음 역시 실황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그 유명한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파트 1,2,3은 물론 밴드 모두가 가면을 쓰고 무대 뒤에서 곡을 연주한 ‘In The Flesh’, 스튜디오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What Shall We Do Now’, 로저와 데이비드의 원숙한 보컬은 물론 데이비드의 처절한 기타 솔로로 그룹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Comfortably Numb’에 이르기까지 핑크 플로이드를 맛보는 데 손색이 없다.
왕년의 팬들을 20년 전 다시 기억 속으로 되밀어 넣을 만큼 충분히 가치있으며, ‘왜 핑크 플로이드였나’하는 신세대들에게도 훌륭한 교본이 될 만한 음반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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