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전국대학야구선수대회가 열리고 있던 동대문운동장. 삼성의 스카우트였던 이문한씨(현 삼성 운영과장)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한양대 2학년에 재학중이던 박찬호가 던진 볼의 스피드가 자신의 스피드건에 156㎞로 찍혔기 때문.당시만 해도 프로의 수준급 투수들의 볼 스피드가 145㎞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박찬호의 156㎞짜리 직구는 깜짝 놀랄만한 것이었다. 이문한씨는 “박찬호가 강속구투수였지만 그렇게 빠른 볼을 던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스피드건이 잘못된 것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신통치 않은 투수였던 박찬호는 이때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얼마있지 않아 메이저리그팀인 LA 다저스로 스카우트됐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선수들중 최고스피드는 선동렬(전 해태)이 가지고 있다. 95년 7월20일 잠실에서 열린 LG전에서 155㎞짜리 강속구를 던졌다. 미국무대에 진출한 이상훈을 비롯, 박동희 최창양(이상 삼성) 박명환 이혜천(이상 두산) 정민태(현대) 신윤호(LG) 등이 150㎞이상되는 직구를 뿌렸던 투수들이다.
한국선수들중 역대 가장 빠른 볼을 던진 투수는 역시 박찬호다. 97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60㎞에 달하는 직구를 던졌다. 내로라하는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로브 넨(당시 플로리다)이 102마일(164㎞)을 기록, 세인들을 놀라게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볼로 남아있다.
투수들은 볼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일단 빠른 볼을 던지면 타자를 상대할 때 여러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잘 알기때문이다. 그러나 투수에 따라 한계스피드가 있어 일정수준에 이르면 더이상 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얼마든지 지금보다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박사는 “볼스피드는 회전력에 좌우된다. 자세에 따라 볼스피드가 더 빨라질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밝힌다.
통상 145㎞이상이면 타자들은 투수들의 볼에 손을 못댄다. 투수판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는 18.44㎙다. 155㎞자리 직구를 던질 때 걸리는 시간은 불과 0.43초. 눈깜짝할 사이에 투수의 손을 떠난 볼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는 것이다.
첨단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투수들이 165㎞이상짜리 직구를 던질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입력시간 2000/04/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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