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0.3%, 가격차이 5배…. 국내 자동차시장의 차별 논란이 뜨겁다. 외국 업체들은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탓하고 국내업계는 수입차의 소극적 마케팅 때문이라고 맞선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왜곡돼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 국내차와 수입차 중에서 베스트셀링카로 꼽히는 현대 EF소나타와 BMW의 5시리즈는 가격과 고객층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절대 비교가 어렵지만 “기술·성능과 마케팅의 조화가 최고 인기차를 만든다”는 시장의 원칙면에서 한국시장도 예외가 아니다.■수입차 베스트 카 BMW 5시리즈 (22)
“BMW를 1,000만원에 드립니다.” BMW코리아가 최근 내놓은 광고 문구다. 7,000만~1억원이 넘는 고급차를 1,000만원에? BMW 5시리즈의 경우 인도금 1,500만원만 내고 차를 구입 한 후 월 90만원을 내면 세계적 고급차의 오너가 되는 셈이다. BMW는 수입차로는 파격적으로 인도금과 납입금을 할인해주는 ‘BMW 드라이브 잇(Drive it)’금융 프로그램을 4월말까지 실시하고 있다.
BMW는 이처럼 다른 외국업체들과는 달리 다양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한국시장을 ‘줄기차게’공략해왔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수입차 업체들이 딜러망을 철수한 것과는 달리 BMW는 ‘한 대도 안팔려도’쇼 룸을 그대로 열어두고 투자를 계속해왔다. 차량 소모품 무상제공과 중고차 가격보장, 항공기 1등석 마일리지 제공, 리스프로그램, 비자 플래티넘 카드 적립 서비스, 골프클리닉…. 그 결과 BMW는 한국에서 만큼은 GM과 포드 등을 제치고 국내 수입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고 브랜드 이미지도 높였다.
BMW의 국내 최고 인기차인 5시리즈는 쏘나타 크기로 중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은 한국 운전자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97년 553대에 이어 지난해 364대가 팔려 3년 연속 ‘베스트셀링 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2,000여대 이상 팔려 “외제차는 최고급 대형차”라는 인식도 상당히 바꿔놓았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으며 동력 기술이 뛰어나 국내 자동차 메니아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며 “안전 성능 가격 크기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련된 디자인과 다이나믹한 운전성능,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적절히 조절된 서스펜션, 전문직 종사자나 사업가들이 선호하는 고급세단의 이미지도 5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국내차 베스트카 EF쏘나타(22)
국내 중형차시장 점유율 68%. 도로를 질주하는 승용차 10대중 7대는 EF쏘나타다. 김포공항에 내린 외국인 관광객이 주차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은색 EF쏘나타를 보고 “여기가 현대차 출고장이냐”며 반문했다는 일화는 EF의 식지않는 인기를 실감케 한다.
98년 4월 출시된 EF쏘나타는 한달평균 1만대 안팎으로 팔려 3월말 현재 17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11만2,000여대가 출고됐으며 올들어 1·2월 두달간 2만여대가 팔려 승용차와 미니밴 등 모든 차종을 통털어 내수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엔진오일 일부 누수로 리콜 논란이 있었지만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중형차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마케팅과 광고, ‘드림 테크놀러지’로 이름 붙여진 기술과 검증된 성능등을 EF의 장점으로 꼽는다. 부드러운 차체 곡선과 반달형 리어램프 등 전체적인 스타일이 세련된 여성미를 풍긴다. “아내가 원해서…”라고 말하는 운전자가 많을 정도로 EF는 특히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차량 메커니즘이 좋아 핸들링이 안정감 있고 차체가 낮아 승차감도 부드럽다는게 ‘타 본 사람’들의 평이다.
현대차의 마케팅 관계자는 “연비가 좋은데다 최고급 편의장치와 성능은 고급 외국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미국시장에서 일본 도요타의 캠리와 경쟁하면서 올들어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도 이젠 외국차와 똑같은 조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때가 됐다. BMW코리아 카르스텐 엥엘 사장은 “경쟁은 항상 고객들에게 이로운 것”이라며 수입차와 국내차의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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