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선거전이 개막된 이후 판세에 의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고전하고 있다는데 여야 및 여론조사기관 사이에 이론이 없다.이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원인은 후보들의 납세 실적 및 병역상황 공개. 이번 주말 ‘전과공개’라는 또 하나의 대변수까지 가세하면 선거 상황은 1당을 점치기가 어려울 정도로까지 불투명해 질 수도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어서 주목된다.
■민주 "상승세"
민주당은 2일 병역·납세·전과공개가 특히 수도권에서 민주당후보에 긍정적으로 작용, 상승세를 조성해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병역·납세등 후보의 신상에 관한 공개가 지역감정및 색깔론 조장, 흑색선전등에 의한 유권자의 동요를 차단하면서 후보간 ‘인물대결’구도를 강화시켜 민주당의 도덕적 우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확실한 우세지역이 각각 20곳, 10곳 안팎이던 서울과 인천·경기지역에서 일부 경합우세 선거구가 우세로 바뀌면서 우세 선거구가 30여곳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자체 분석이다.
수도권의 경합우세 지역은 대략 10여곳으로 잡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 집중 포진하고 있는 386세대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는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다만 이들의 민주화 투쟁경력이 전과기록공개 과정에서 ‘선의의 희생’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그러나 수도권에서의 상대적 선전이 ‘65대 29’라는 영호남간 의석수 차이의 두터운 벽을 깨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수도권에서 60석 이상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두지 않는 한 원내 1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부산에서 유일한 우세지역이었던 북·강서을이 경합우세지역으로 바뀌는 등 한나라당의 영남 석권구도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강원·제주 지역에서 우세지역을 3개 정도로 잡은뒤 5-6곳의 경합지역에서 최대한 선전하면 이 지역 과반수인 6-7정도의 의석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남북에서는 광주에서 남구를 열세로 분류했고 보성·화순은 경합우세 지역으로 전환했다. 충청지역에서는 3곳 정도만을 우세로 보면서도 경합지역은 5-6곳으로 충분히 잡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한나라 '비상'
한나라당 수도권에 비상이 걸렸다. 병역·납세 공개 이후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 접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까닭이다.
병역·납세 공개가 후보 개개인에 관해 이렇다할 변별성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몇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겹쳤기 때문.
우선 정보를 선점한 여당이 대대적 공세전략으로 나온데 반해, 한나라당은 초기 대응 단계에서 주춤거리는 바람에 마치 약점이 있는것 처럼 비쳐졌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병역·납세 공개 파문의 와중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선거 쟁점이 대부분 실종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4·13 총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DJ정권 실정 심판’이 희석돼 버렸고, 국가부채·국부유출 등의 정책 논쟁도 흐지부지 돼 버렸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권이 공세적 네거티브 전략과 함께 수도권 접전지역에 막대한 자금지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뒤“이 바람에 경합우세가 경합으로, 경합이 경합열세로 한단계씩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지금과 같은 판세를 뒤집지 못한다면 영남지역에서 60-62개의 의석을 차지한다 해도 전체 지역구 의석 수가 95개를 넘지 못한다”며 “이 경우 비례대표도 16석 정도밖에 건지지 못해 전체적으로 110석을 간신히 채우게 된다”고 전망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남은 기간 반전의 묘수를 찾지 못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회창 총재가 2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한 것도 실은 야당을 살려달라는 하소연”이라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자민련 "우세증가"
자민련은 공식선거전에 돌입한 뒤 우세지역이 5-6개 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 하고 있다. 후보등록 이후 여론조사 결과 공개가 금지되자 자민련의 유력후보들이 당 지지도의 열세를 극복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따라 우세지역이 당초 19-20곳 정도였으나 지금은 25곳 가량이 됐다. 병역·납세 기록 공개 파문으로 득실이 교차했으나 당 전체로는 본전을 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부영 선대본부장은 2일“여론조사 공개가 금지된 뒤 수도권에서 자민련 후보들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특히 ‘중부정권론’과 ‘보수정당론’등이 서서히 바람을 일으키면서 경기·강원 등에서 강세 지역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평택을, 오산·화성, 가평·양평, 수원 장안 등에 출마한 자민련 후보가 상승세를 타면서 우세 또는 백중 우세 상황이 됐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관악갑에서도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충청권의 경합 또는 열세지역이 줄어들고 우세지역이 늘고 있다고 보고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충청권의 분위기가 서서히 좋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녹색바람‘이 아직은 미풍 수준이어서 다소 우려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민국당 "이변" 주장
민국당은 병역·납세·전과 공개 공방으로 자기 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판세만회의 계기로 삼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병역·납세를 둘러싼 시시비비로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타당후보들이 여론의 몰매를 맞으면서 관심밖에 머물렀던 민국당 후보들이 ‘대안’으로 뜨고있다는 설명이다. 민국당은 구체적으로 부산 대구 강원 경남·북 등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후보들이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같은 분석에는 ‘자기최면효과’를 노린 당지도부의 정치적 계산도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후보등록전 여론조사결과에 주눅이 들어있던 당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김 철 대변인은“납세·병역이 공개된뒤 우리 당이 적절히 대응,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전과가 공개되면 우리 당 후보가 급부상하는 이변이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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