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비등록주식이 거래되는 제3시장이 고액재산가의 변칙증여·사전상속 및 돈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31일 국세청과 증권당국에 따르면 제3시장은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만 일치하면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에 일부 재산가가 거래상대방과 거래가격을 골라 주식을 합법적으로 양도할 수 있어 제도보완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두사람이 10만원짜리 주식을 100원에 양도하기로 담합한 뒤 같은 시각에 매수·매도 주문을 내면 100원에 사자는 다른 사람이 없는 한 곧바로 거래가 체결된다.
제3시장은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게 되지만 10-50%인 상속·증여세율에 비해 낮은 10%에 불과하며 이마저 피해나갈 수 있다.
제3시장을 통해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매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만 특정인에게 넘겨주면 이같은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피해나갈 수 있다. 또 주식을 받은 사람은 해당 종목을 코스닥등록 또는 거래소상장 후 팔게 되면 세금을 한푼도 물지 않아도 된다.
실제 지난달 31일 제3시장 종목인 한국웹TV는 1주당 평균거래가격이 1만7,750원임에도 불구, 이날 100만원에 10주, 10원에 11주가 거래되기도 했다. 평균가가 5만원인 코리아2000도 10원에 100주가 팔리기도 팔리기도 했다.
물론 제3시장은 가격제한폭이 없어 ‘0’을 몇개 덜 붙인 뒤 사이버 주문을 내더라도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거래상대방이 담합만하면 ‘저가에 팔기’나 ‘고가에 사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제3시장은 불법적인 자금의 세탁통로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차명계좌를 통해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한 뒤 제3시장에서 차명계좌 주식을 실명계좌로 매입하면 불법자금을 쉽게 양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제3시장의 수상한 거래가 변칙 증여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양도세를 물리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증권당국도 매수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매입자금이 정상적으로 취득한 자금인지, 납세절차를 밟은 자금인지 밝힐 수 있지만 인력이 제한돼 있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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