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구제역' 홍성 주민들 허탈구제역 파문이 전국을 ‘축산 페스트’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경기 파주에 이어 2일 충남 홍성에서 수포성 가축질병이 발견되고 파주의 가축질병도 의사구제역이 아닌 ‘구제역’임이 공식확인되자 축산농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의 직격탄을 맞은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 일대는 일반인과 차량통행이 완전 통제된 가운데 전염을 막기 위해 소들이 잇따라 도살되고 소독약이 뿌려지는 등 한가롭던 농촌마을이 ‘전장’으로 돌변했다.
○…홍성군 장양리에서는 이미 2일 새벽 수포성 가축질병 증상이 나타난 소 58마리가 도살된 데 이어 발병지와 인접지역의 소와 돼지 35마리도 강제 도살됐다. 장양리 최중식(52)씨는 질병이 발생한 우사에서 소들을 꺼내 트럭에 실으려는 군청 직원에게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며 소 고삐를 놓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일대에는 도살된 한우를 매립하는 굴착기 소리가 요란하고 공무원과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난리통'을 연출. 이장 최종식(34)씨는 “갑자기 구제역이라는 소식에 주민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에 밖에도 잘 나가려 하지 않고 있다”며 “가구의 절반이 가축을 사육하고 있어 구제역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지 두려울 뿐”이라고 말했다. 발생지에서 반경 20㎞ 내 모든 가축의 이동이 금지돼 홍성은 물론 인접한 보령·서산·청양지역까지 축산농민들의 시름이 확산되고 있다.
또 주요 도로마다 바리케이드와 무장경찰관, 예비군 등이 동원돼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곳곳에서 방역차가 소독약을 살포하는 등 한바탕 전투를 치른 듯한 분위기.
○…당국의 구제역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 축산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달 19~20일 장양리 최모(69)씨가 사육하고 있던 한우 28마리 가운데 몇 마리에서 기침과 식욕부진 등 구제역 증세가 처음 관찰된 데 이어 26일에도 인근 이모(53)씨 축사 한우에서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증세가 수포성 질병으로 판정돼 도와 군에 최종 공문으로 통보된 것은 질병 발생 후 12일이 1일. 이는 3월20일 질병이 발견되고 6일 후 질병 판정이 최종 통보된 파주에 비해 충남 행정기관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홍성군 구제역 발생지역 출입 통제대상에 ‘정치인’이 포함됐다. 도가 이날 도지사 명의로 일선 행정기관에 전달한 ‘도지사 긴급 지시사항’이한 공문에는 질병 발생 지역 500㎙이내에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되 특히 정치인과 기자의 출입을 엄금토록 지시. 이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표를 얻기 위해 어느 곳이든 찾아가는 후보들의 질병 발생지역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도는 설명.
○…충남 홍성군에는 소 돼지를 비롯한 축산단지가 밀집, 농가피해 확산이 크게 우려된다. 올초 집계된 홍성군 내 축산농가 및 가축 재배 수는 한우가 4,192농가에 3만8,400마리, 젖소가 169농가에 5,631마리, 돼지가 1,115농가에 33만8,133마리, 염소가 953농가에 7,024마리. 이중 한우는 홍성군이 충남도 전체의 14.3%, 돼지는 23.8%를 각각 차지하고 있어 최대의 축산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충남도는 2일 질병이 발생한 홍성군 내 광천읍 광천우시장과 홍성읍 홍성우시장 2곳을 잠정 폐쇄. 도는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지역에서 20㎞ 밖에 있는 서산시 예천동 서산우시장과 예산군 예산읍 예산우시장, 청양군 청양읍 청양우시장 3곳에 대해서도 잠정 폐쇄를 유도키로 했다. 광천우시장과 홍성우시장은 도축마리수가 1일 평균 각각 600-700마리로 전국 최대 규모다.
홍성=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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